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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 얼마 전 넷플릭스로 을 봤습니다. 얼마나 오랜만이었는지 반가웠습니다. 엘리아 카잔의 영화 은 나탈리 우드와 워렌 비티가 출연한 1961년 작품입니다. 너무도 유명한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 을 영화로 옮겼다고 봐도 되겠네요. ​ ​ 62년에 흑백필름으로 찍었고, 이후에 총천연색으로 입힌 영화입니다. 영화 포스터 정말 촌스럽지만 그때는 그랬습니다. ​ ​ ​ ​ 영화에서 번역된 초원의 빛입니다. ​ ​ 여기 적힌 먹빛이 희미해질수록 당신을 향한 마음이 희미해진다면 난 당신을 잊겠습니다 ​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다시는 그것이 돌려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서러워 말지니 차라리 그 속 깊이 간직한 오묘한 힘을 얻으소서 ​ 초원의 빛이여 그 빛 빛날 때 그대 영광 빛을 얻으소서! ​ 한때 그렇게도 찬란한 빛이..

영화 보기 2022.03.16

슈렉 2 :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

“겁나먼 왕국 (FAR FAR AWAY)> 에 사위가 된 슈렉과 피오나 공주는 왕국의 초청으로 천킬로미터도 넘는 머나 먼 왕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아이들과 에니메이션을 여러 편 본 것 같은데 내 마음 한 귀퉁이를 끄집어 댕긴 영화는 이었다. 그 뒤로 을 보면서 영화의 메시지가 좋아서 너무 흐뭇했다. 피오나 공주가 슈렉의 진실한 사랑을 얻고도 괴물로 남는다는 설정은 헐리웃 영화의 천편일률적인 통념을 깨는 것이었음으로. 이 영화는 와 비교된다. 야수는 미녀의 사랑을 얻으면서 멋진 왕자로 변신하게 되고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살았다고 끝난다. 왕자의 입맞춤에 다시 예쁜 공주로 환생하여 행복한 결혼에 이르는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에서는 그러한 반전은 없다. 사랑은 현실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그냥 그대로 괴물이 ..

영화 보기 2022.02.05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는 순수한 사랑에 눈 뜨는 고등학교 시절로 시간여행을 시작한다. 사랑은 불현듯 다가오고 나이를 개의치 않는다지만 순수한 사랑의 시절은 따로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 시절이 지나가면 순수한 사랑은 불가능해진다. 결혼을 하고 나면 현실이 순수를 밀어내기 때문이다. 다른 색깔의 사랑이 내 앞에 있음으로. 봄날 돋아나는 연두빛 새순 같은 사랑의 느낌이 다가오고 시절에 는 아끼라는 아이를 만난다. 그리고 헤어짐의 시간이 오고..... 슬픈 추억을 간직하고 일상속에 파묻혀 살아가는 나는 불현듯 첫사랑의 아픈 추억과 대면한다. 마르셀 프르스트는 에서 '상기'의 힘을 이야기 한다. 오래전 잃어버린 줄 알았던 추억이 불쑥 기억의 지층 속에서 내 앞에 현전할 때, 사람은 그 추억을 상기하고 거기서 삶의 용기를 얻는단다. ..

영화 보기 2022.01.20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기독교의 원죄와 불교의 윤회전생은 닮은 구석이 있다. 아담과 이브가 낙원에서 저지른 죄 때문에 낙원에서 추방되는 벌을 받고 이제 원죄가 되어 그 뒤에 자손들이 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아담과 이브의 섹스가 죄가 된다는 것…자연상태에서 남녀간의 섹스가 죄다!!!) 나는 기독교인이 아니라서 그런 성경 내용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뿐더러, 수천년 전에 바빌로니아 지방에서 어떤 남녀가 한번 저지른 연애 때문에 그 죄값을 대한민국 땅에 살고 있는 내가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니체가 그랬다. 기독교는 인간에게 노예로서의 죄의식을 심어주는 종교라고. 스스로 노예가 아닌 위버멘쉬(超人)이 되어 자기 주체적 삶을 지향하라고 니체는 말한다. 불교는 윤회전생을 말한다. 세상의 삼라만상은 윤회의 그물망을 벗..

영화 보기 2022.01.19

<영화> 그녀에게... 쿠쿠루 쿠쿠 팔로마

간밤내 비가 왔나 보다. 아침의 얼굴은 맑다. 집 앞에 키 큰 메타세콰이어가 노란 잎사귀들을 흩뿌려놔서 을씨년스러운 풍경이지만 나무들은 자신들의 몸의 일부를 버려야 할 때를 아는지 아무련 미련도 없는 듯하다. 여느 해 겨울 이맘때였을까? 혼자서 부석사를 찾은 적이 있다. 조사당 뒷편으로 가는 길에 산죽들이 바람결에 오소소하게 떨고 있었다. 작은 절집 앞마당에 아름드리 나무가 잎새 하나 없이 서 있었다. 그 나무는 멀리 보이는 소백산맥을 대면하고 시간의 흐름을 무념의 경지에서 침묵하는 듯했다. 아, 나무가지들이 그려놓은 기하학적 추상 같은 그림들. 아름다웠다. 어떤 그림보다도. 그 나뭇가지 위로 펄펄 눈이 나릴 것이다. 찬바람이 불고 새들도 오지 않는 고독의 밤이 찾아와서 몸서리날지라도 나무는 묵묵히 거기..

영화 보기 2022.01.19

<영화> 체리 향기 -- 키아로스타미의 존재의 이유

자살을 꿈꾸는 남자. 이란의 헐벗은 사막을 가로지르는 낡은 자동차. 자살한 뒤에 자신의 시체를 처리해 줄 사람을 찾아 가는 기이한 여행. 남자가 처음 만나는 사람은 군인이다. 군인은 남자의 말을 듣지도 않고 무조건 자살은 안 된다며 남자의 제의를 거부한다. 두 번째 남자는 신학을 공부하며 성직자를 꿈꾸는 젊은이. 그는 남자의 자살은 신에 대한 죄악이라며 자살을 한사코 만류한다. 어떠한 이유로도 자살은 정당화 될 수 없는 거라며 남자와 대화를 거부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자기만 어려움에 처해 있고, 고독하며, 외롭다고 느끼며, 타인의 고통엔 아랑곳 하지 않는다. 소통이 부재 하는 곳... 이기적일 수 밖에 없는 인간들…. 세 번째로 만나는 사람은 자연사 박물관에서 일하는 늙은이..

영화 보기 2022.01.19

<영화> 황산벌 -- 거시기 해버리는 영화

예고편으로 황산벌을 봤을 때, 재미있겠다 싶은 영화였다. 이 영화는 사투리의 난장(亂場)이다. 사투리를 쓸줄 알고, 그 맛을 아는 사람만이 웃을 수 있는 영화다. 갱상도 문디자슥과 전라도 거시기에 대한 입말의 원초적 맛을 아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이기 때문에, 이 영화는 무작정 상경이 시작되는 개발의 연대인 1960년대에 시골에서 경상도와 전라도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타겟으로 설정될 수 밖에 없다. "머시기가 거시기 하당께" 라는 말의 뜻을 당신은 아는가? 나는 배꼽이 떨어져 날라 다니는 줄 알았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신라와 백제 양군 진영의 "신경전" 이다. 먼저 신라에서 선발된 정예의 말빨들이 온다. 백제 진영 앞에서 엉덩이를 까뒤집고 쑥떡을 멕이고 지랄을 한다. 이들은 보성 별교에서 차출된 세 명의 ..

영화 보기 2022.01.17

<영화> 프리다 -- 고독과 예술을 향한 열정

르 클레지오가 쓴 전기를 읽고 그녀의 波瀾한 삶에 가슴이 찡했었다. 많지는 않지만 디에고와 프리다의 그림들도 봤다. 고독과 광기 속에서 몸부림치며 치열하게 살다간 프리다 칼로. 는 아름다운 멕시코 음악이 깔리고, 초현실주의 같은 정원에 공작이 어슬렁거리는 장면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그녀가 당하는 교통사고와 재기의 몸부림, 그림을 통해 디에고와 해후, 그리고 기나긴 고독과 그림을 향한 열정과 죽음의 항적을 카메라는 리얼리즘의 시각으로 따라간다. 섹스를 흔하게 나누는 악수 정도로 생각하는 디에고의 성관념 앞에서 프리다는 상처 받는다. 그녀 역시 디에고와 결혼 생활에서 얻은 외로움 때문에 동성애에 빠져들고, 스탈린을 피해 망명해온 혁명가 트로츠키와 섹스를 한다. 문란한 섹스속에 묻혀 사는 이들 기이한 예술가 ..

영화 보기 2022.01.17

<영화> 러브레터 -- 사랑의 회상

"회상이란 인간이 혼자 힘으로 빠져 나올 수 없는 허무로부터 인간을 구출하기 위해서 찾아온 천상의 구원이다." ​ 러브레터 / 이와이 슈운지 영화 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사람은 ‘옛 일을 상기할 힘’을 결핍하기 때문에 존재와 단절하게 된다. 영화관에서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나는 일인 이역을 하는 여주인공의 중심을 와타나베 히로코로 봤다. 그런데 어제밤 다시 보면서 이 영화의 비중은 오타루에 살고 있는 여자 후지이 이츠키임을 알았다. 와타나베 히로코는 사랑을 잃고 고통받으면서 그녀의 새로운 남자친구의 사랑을 받아 들이지 못한다. 이츠키와 사랑의 추억은 와타나베의 현실에서는 걸림돌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후지이 이츠키라는 동명이인의 여자를 만나게 되고 와타나베는 남자친구의 학창시절로 시간여..

영화 보기 2022.01.17

안개 속의 풍경 -- 아모르 파티, 운명을 사랑한다는 것

지상에서 삶은 되풀이 할 수 없는 한 번의 여행이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인생. 꽃 피고 낙엽지는 시간의 반복이 백번을 넘기도 전에 우리가 왔던 미지의 세계로 귀환하여야 한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빛에는 빛의 속도로 18억 광년이라는 시간을 달려 지구라는 조그만 행성에 닿는 것도 있다. 이 광막한 우주의 시간에 비추어 보면 인간이 지상에서 보내는 생물학적 시간의 길이란 얼마나 왜소한 것이랴. 그래서 인간은 자신의 유한한 삶을 신회적 의례를 통해 영원속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자신의 영혼이 육신의 죽음 뒤에도 내세에 이어지기를 희망하는 상징적 의례들은 인간의 모듬살이 도처에서 발견된다. 인간의 영원한 삶에 대한 욕망은 죽음 저 너머에 까지 이어진다. 아, 욕망의 덧없음!앙겔로플로스 감독은 에서 ..

영화 보기 2022.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