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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토리노의 말 -- 영원회귀의 철학

니체가 정신병이 발작하기 직전 이딸리아 토리노에 간다. 거기 광장에서 니체는 말을 때리는 마부를 본다. 말이 움직이려 하지 않자 마부는 회초리로 사정없이 말을 때린다. 이를 본 니체가 한걸음에 달려가 말의 목을 그러안고 마부에게 때리지 말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린다. 그 뒤로 니체는 죽을 때까지 10년을 식물인간과 비슷한 상태로 지내다 죽는다. 이게 바로 '토리노의 말' 이다. 영화는 매우 단조롭다. 흑백영화여서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주요 등장인물이 둘, 말 한필. 바람이 함석지붕을 떠메갈듯 불어대는 황야에 오두막 집이 세트의 전부다. 마부와 그의 딸이 하는 일이란 일어나면 옷을 입고, 물을 긷고 감자를 한 알씩 먹고,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손보고 저녁이 오면 다시 옷을 벗는 행위만 반복한다. 그게 한..

영화 보기 2022.01.17

<영화> 모모세 여기를 봐 -- 첫사랑과 이별하는 법

​ ​ ​ 사랑은 어긋난다. ​​ 수줍은 많은 남학생 노보루와 활달하고 외향적인 여학생 모모세.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선배 커플 칸바야시와 미야자키. 두 쌍의 남녀가 어긋나게 던지는 사랑의 화살표가 영화를 끌고 간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사랑에는 사단이 발생한다. 내 맘 같지 않은 것이다. ​ 노보루가 좋아하는 모모세는 잘 생긴 훈남 선배 미야자키를 향해 사랑의 큐피드를 날린다. 미야자키는 모모세를 내심 좋아하지만 돈 때문에 칸바야시를 선택한다. 칸바야시는 애초부터 미야자키를 좋아하니깐 연적 모모세를 따돌리는 일에 집중한다. ​ 다시 정리하자면,,, ​ 노보루와 모모세의 짝사랑과 미야자키의 두 여자 사이에서 갈등이 영화를 끌고 간다. 구도가 너무 단순한데 이 영화가 ..

영화 보기 2022.01.14

<영화> 내 이야기 -- 야수가 짝사랑하는 방식

며칠 전에 나가노 메이의 을 재미있게 봤어요.오늘은 를 봤습니다.둘다 올해 상반기에 개봉한 영화였어요. 한낮의 유성은 반짝하는 사랑을 은유합니다.한낮에 떨어지는 유성은 순간 아름답지만 영원하지는 않아요.별은 항상 거기서 빛나죠.사랑에 빠진 사람은 항상 그러한 사랑을 추구합니다. 영원한 사랑! 그런데 영원한 사랑이 있던가요? 우리 생명이 유한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영원을 추구합니다.변치 않는 사랑 같은 것을요. 요즘 VOD 서비스로 영화를 많이 볼 수 있죠.CJ E&M 같은 회사나 캐이블 TV가 새로운 돈벌이를 만났습니다. 저도 VOD로 영화를 가끔 봅니다만 주로 무료영화를 봅니다. 도 공짜라서...ㅎㅎㅎ 나가노 메이가 너무 청순하고 풋풋한 매력을 발산하더군요. 영화 내용을 떠나서 깜짝 놀랐습니..

영화 보기 2022.01.14

엽기적인 그녀 -- 사랑은 기다림

며칠 전에 엽기적인 그녀를 케이블 티브이에서 다시 봤습니다. 볼 때마다 재미 있어요. 질리지 않아요. 아마도 달콤새콤한 사랑이야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사랑 중독이죠. 특히 견우 아버지로 나오는 김인문이 능청스럽게 윤초시 댁 손녀딸이야기 할 때 저는 자지러집니다. 음...그 부분 보려고 이 영화를 보는 건지도 모릅니다. 황순원의 를 어쩜 이렇게 맛깔스럽게 패러디 할 수 있냐구요? 미쵸요~~~ 누가 그랬나요? 신은 디테일에 있다구요,,,, 아흑, 백배 공감입니다. 그녀는 엽기적입니다.어느 정도 엽기적이냐구요?그녀 말을 직접 들어보세요. 너 하늘이 왜 파란줄 알아?? 나를 위해서야.. 내가 하늘은 파랐길 바라니깐 파란거야. 너 불은 왜 뜨거운줄 알아? 나를 위해서야.. 내가 불은 뜨겁길 원하니깐 뜨거운..

영화 보기 2022.01.14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첫사랑의 순수

“회상이란 인간이 혼자 힘으로 빠져 나올 수 없는 허무로부터 인간을 구출하기 위해서 찾아온 천상의 구원이다" ​ 조르주 플레가 한 말 입니다. 인간은 회상하는 존재 입니다. 허무의 늪가에서 사는 존재로서 인간에게 회상은 동아줄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회상을 통해서 우리는 과거에 빛났던 시절을 추억하고 살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이 때 회상은 과거의 현전 입니다. 교부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했듯이 인간은 과거를 살고 현재를 살고 미래를 삽니다. 현재의 시간 속에 있지만 과거의 현재를 살기도 합니다. 당신의 아름다웠던 과거는 그냥 흘러가버린 것이 아니라 지금의 당신에게 존재 의미를 던져주고, 당신의 삶을 더 나은 곳으로 인도 합니다. 영화를 보는 행위 역시 어쩌면 우리가 잊고 지냈던 옛 시절에 대한 환기 ..

영화 보기 2022.01.14

<영화> 족구왕 -- 족구하고 자빠졌네

족구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제대 후에 복학해서 기숙사에 들어가자 공시생 선배가 묻는다. 넌 꿈이 뭐냐? 아직 생각 안 해봤어요. 공무원 시험 준비해라. 공무원은 싫어요. 너 학점 얼마냐? 2.1 입니다. 토플점수는? 한번도 보지 않았어요. 그럼 넌 뭘 하고 싶은데? (수줍게) 연애요. 여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남학생은? 족구하는 복학생 겨털 휘날리며 족구하다가 땀내 풀풀 풍기며 강의실 들어오는 늙다리 복학생을 좋아할 여학생이라면 그 여학생이 싸이코다! 수업시간에 눈에 불똥이 번쩍 띌만큼 이쁜 안나를 본 만섭은 안나에 접근한다. 못쇙기고 키작은 복학생이 언감생심 대학교 홍보모델 여신 안나를 넘본다. 우여곡절 끝에 안나와 영어 연극 파트너가 된다. 안나가 만섭에게 족구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자 만섭이 ..

영화 보기 2022.01.13

웰컴투 사우스 -- 발렌티나 스텔라가 부르는 "영원한 열정 "

우체국 직원 알베르토가 나폴리 근처 깡촌으로 발령이 난다. 땅끝마을 우체국 지점장이 된 알베르토가 남부에서 허벌나게 거시기 해버리는 이야기. 알베르토는 아내에게 진실을 이야기 하지 못하고, 우체국 청년 마티아는 동료 마리아에게 사랑 고백을 못한다. 사랑에는 용기가 필요해 ! 한여름 시골 축제의 밤, 마티나에게 사랑을 고백하라고 부추기는 알베르토. 망설이는 마티나 이 때 발렌티나 스텔라가 부르는 "영원한 열정 (passione eterna)" 이 묵직하게 깔린다. . https://youtu.be/qo919abfxR4 당신이 나를 사랑할 때, 나는 당신의 사랑에 매달리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당신을 찾을 수 없어​ 당신은 떠나갔고 이제 나에게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맹세하건만 그것은 부질없는 맹세일 뿐..

영화 보기 2022.01.12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오늘은 제가 있는 바닷마을에 시원한 바람이 볼어 옵니다. 오랫만에 더위가 많이 누그러졌습니다. 바람이 이렇게 고마울 줄이야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집 뒷쪽으로 몰려가 동산 위에 아카시아 나무잎새를 뒤집습니다. 불현듯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작품 가 생각났습니다. 오래 전에 본 영화이지만 언제까지나 제 가슴 속에 남아 있을 영화입니다.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는 복선이 깔리지도 않고 인물들의 성격도 그대로 드러나는 편이어서 단순하고 이해하기 쉽다. 그래서인지 그의 영화는 밋밋하고 때론 지루해서 짜증나기조차 한다. 의 경우 인간의 인내심을 시험하기 위해 만든 영화인가 싶을 정도로 사람을 열받게(?) 한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 할 즈음에 영화는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엔딩 자막을..

영화 보기 2022.01.12

<영화>무지개 여신--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오랜만에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해봤어,,,잘 지내니? 혹시 이런 전화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토모야가 아오키에게 전화를 합니다. 불현듯 누군가 생각이 나서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 전화를 할 때, 당신은 그 사람을 '아직도' 사랑하는지 모릅니다. 이미 너무 늦었는지도 모르지만요. ​ 이와이 슌지가 프로듀서를 하고 슌지 사단의 쿠마자와 나오토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 입니다. 슌지의 영화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난 뒤에 사랑을 알게되면서 후회하는 이야기 입니다. 너무 진부한가요? 그래요, 삶 자체가 그런 측면이 있어요. 우리는 항상 후회하고, 미련을 갖고, 가슴 아파하는 존재니까요.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삶의 도처에 얼마나 많은가요? 시간은 우리의 후회에 아랑곳 않고..

영화 보기 2022.01.12

<영화> 관상 -- 관상을 부정하는 영화

관상, 확률 이야기. 주식도 마찬가지지만 관상도 확률론적 측면이 있는데, 개명천지에 많은 사람들이 관상을 믿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 얼굴을 종합해 본 결과 범죄자들의 얼굴에 나타나는 공통적 특징은 이렇다, 라고 할 때 우리는 이를 믿어야 하는가? 위에 너무 두터운 입술은 색욕이라고 했는데 그럼 아프리카 흑인들이 이런 입술이 많은데 다들 색욕이 강한가? 아닐 것이다. 요즘은 보톡스 맞아서 입술을 떡볶이처럼 하고 다니는 연예인도 있다. 이런 분들에게 색욕을 들이대면 안 된다. 평균적으로 색욕이 약간 강할 수도 있겠지만 반드시 맞지 않을 것이다. 주식도 어떤 패턴을 그리면 그 다음 흐름을 확률론적으로 예상해볼 수는 있지만 항상 맞지는 않다. 상당한 확률로 맞는 경향이 있다..

영화 보기 2022.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