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7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기독교의 원죄와 불교의 윤회전생은 닮은 구석이 있다. 아담과 이브가 낙원에서 저지른 죄 때문에 낙원에서 추방되는 벌을 받고 이제 원죄가 되어 그 뒤에 자손들이 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아담과 이브의 섹스가 죄가 된다는 것…자연상태에서 남녀간의 섹스가 죄다!!!) 나는 기독교인이 아니라서 그런 성경 내용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뿐더러, 수천년 전에 바빌로니아 지방에서 어떤 남녀가 한번 저지른 연애 때문에 그 죄값을 대한민국 땅에 살고 있는 내가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니체가 그랬다. 기독교는 인간에게 노예로서의 죄의식을 심어주는 종교라고. 스스로 노예가 아닌 위버멘쉬(超人)이 되어 자기 주체적 삶을 지향하라고 니체는 말한다. 불교는 윤회전생을 말한다. 세상의 삼라만상은 윤회의 그물망을 벗..

영화 보기 2022.01.19

<영화> 황산벌 -- 거시기 해버리는 영화

예고편으로 황산벌을 봤을 때, 재미있겠다 싶은 영화였다. 이 영화는 사투리의 난장(亂場)이다. 사투리를 쓸줄 알고, 그 맛을 아는 사람만이 웃을 수 있는 영화다. 갱상도 문디자슥과 전라도 거시기에 대한 입말의 원초적 맛을 아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이기 때문에, 이 영화는 무작정 상경이 시작되는 개발의 연대인 1960년대에 시골에서 경상도와 전라도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타겟으로 설정될 수 밖에 없다. "머시기가 거시기 하당께" 라는 말의 뜻을 당신은 아는가? 나는 배꼽이 떨어져 날라 다니는 줄 알았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신라와 백제 양군 진영의 "신경전" 이다. 먼저 신라에서 선발된 정예의 말빨들이 온다. 백제 진영 앞에서 엉덩이를 까뒤집고 쑥떡을 멕이고 지랄을 한다. 이들은 보성 별교에서 차출된 세 명의 ..

영화 보기 2022.01.17

엽기적인 그녀 -- 사랑은 기다림

며칠 전에 엽기적인 그녀를 케이블 티브이에서 다시 봤습니다. 볼 때마다 재미 있어요. 질리지 않아요. 아마도 달콤새콤한 사랑이야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사랑 중독이죠. 특히 견우 아버지로 나오는 김인문이 능청스럽게 윤초시 댁 손녀딸이야기 할 때 저는 자지러집니다. 음...그 부분 보려고 이 영화를 보는 건지도 모릅니다. 황순원의 를 어쩜 이렇게 맛깔스럽게 패러디 할 수 있냐구요? 미쵸요~~~ 누가 그랬나요? 신은 디테일에 있다구요,,,, 아흑, 백배 공감입니다. 그녀는 엽기적입니다.어느 정도 엽기적이냐구요?그녀 말을 직접 들어보세요. 너 하늘이 왜 파란줄 알아?? 나를 위해서야.. 내가 하늘은 파랐길 바라니깐 파란거야. 너 불은 왜 뜨거운줄 알아? 나를 위해서야.. 내가 불은 뜨겁길 원하니깐 뜨거운..

영화 보기 2022.01.14

<영화> 족구왕 -- 족구하고 자빠졌네

족구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제대 후에 복학해서 기숙사에 들어가자 공시생 선배가 묻는다. 넌 꿈이 뭐냐? 아직 생각 안 해봤어요. 공무원 시험 준비해라. 공무원은 싫어요. 너 학점 얼마냐? 2.1 입니다. 토플점수는? 한번도 보지 않았어요. 그럼 넌 뭘 하고 싶은데? (수줍게) 연애요. 여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남학생은? 족구하는 복학생 겨털 휘날리며 족구하다가 땀내 풀풀 풍기며 강의실 들어오는 늙다리 복학생을 좋아할 여학생이라면 그 여학생이 싸이코다! 수업시간에 눈에 불똥이 번쩍 띌만큼 이쁜 안나를 본 만섭은 안나에 접근한다. 못쇙기고 키작은 복학생이 언감생심 대학교 홍보모델 여신 안나를 넘본다. 우여곡절 끝에 안나와 영어 연극 파트너가 된다. 안나가 만섭에게 족구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자 만섭이 ..

영화 보기 2022.01.13

<영화> 관상 -- 관상을 부정하는 영화

관상, 확률 이야기. 주식도 마찬가지지만 관상도 확률론적 측면이 있는데, 개명천지에 많은 사람들이 관상을 믿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 얼굴을 종합해 본 결과 범죄자들의 얼굴에 나타나는 공통적 특징은 이렇다, 라고 할 때 우리는 이를 믿어야 하는가? 위에 너무 두터운 입술은 색욕이라고 했는데 그럼 아프리카 흑인들이 이런 입술이 많은데 다들 색욕이 강한가? 아닐 것이다. 요즘은 보톡스 맞아서 입술을 떡볶이처럼 하고 다니는 연예인도 있다. 이런 분들에게 색욕을 들이대면 안 된다. 평균적으로 색욕이 약간 강할 수도 있겠지만 반드시 맞지 않을 것이다. 주식도 어떤 패턴을 그리면 그 다음 흐름을 확률론적으로 예상해볼 수는 있지만 항상 맞지는 않다. 상당한 확률로 맞는 경향이 있다..

영화 보기 2022.01.11

<영화> 고령화 가족 --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것

가족과 식구의 차이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가 가족의 정체성의 핵심이다. 가족은 서로 피가 섞였다는 점이 타인과 차별되는 근거가 된다. 그런데 개 같은 가족이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에 나오는 가족처럼. 밀리언달러에서 가족은 피를 나눴다는 이유만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이 영화에서 진정한 가족은 메기와 클린트 이스트우드다. 사랑에 기반하지 않으면 가족이 아니기 때문이다. 식구(食口)를 국어사전에서 이렇게 정의한다. [명사] 1.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 왜 끼니를 같이 하는 것이 중요한가? 인간은 밥을 먹지 못하면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는 가족을 해체시켰다. 대학을 나왔지만 영화감독으로 실패한 후에 인생을 포기한 인모, 총체적 난국 식충이 한모, 남자 갈아치우기 전문 미..

영화 보기 2022.01.09

<영화> 건축학개론 -- 첫사랑은 끝없이 돌아온다

첫사랑만큼 순수한 사랑이 있을까? 세상에 눈 뜨고 이성을 느끼면서 가슴에 들어오는 사람을 향한 감정은 순백색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상대가 순수를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사랑은 파경을 맞는다. 이 영화에서도 서연이 방송반 선배에게 자췻방에서 정조를 잃었다고 판단한 승민은 그녀와 이별한다. 세월이 흘러 15년 만에 다시 만나는 과거의 연인은 함께 집을 지으면서 추억으로 여행을 떠난다. 잃어버린 시간 속으로 다시 들어갈 수 없지만 그 때 순수했던 감정을 아프게 회상하면서 영화는 이어진다. 서연이 자신의 실수로 못 이룬 사랑을 가슴 아파 하며 '좆 같아, 모든 게 좆 같아' 하며 푸념하는 장면은 시간을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인간의 절망적 표현이다. 자신을 순수하게 사랑해준,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에 대한 애틋함이 ..

영화 보기 2022.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