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8

엠마뉘엘 카레르 소설 <왕국>

며칠간 꼼짝없이 아침 저녁으로 읽은 책이다. 손에서 책을 뗄 수가 없었다. 엠마뉘엘 카레르의 이 책을 보자마자 사기로 작정한 것은 오래 전에 읽었던 때문이다. 남자는 콧수염을 달고 산다. 그런데 아내를 놀래키려고 콧수염을 밀어 버린다. 아내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이러면 이젠 남편이 당황한다. 급기야 아내는 당신이 원래 콧수염이 없었다고 말한다. 남편은 환장할 지경이다. 아내는 더 몰아 붙인다. 애초에 콧수염이 없었는데도 있었다고 하는 당신은 정신병자야! 남편은 완전히 다마가 돌아버린다. 이제 비극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결말은 어떻게 될까? 궁금하면 소설을 읽어 보시기를.... 은 바오로가 예수 사후 전도여행을 떠나면서 일어난 일들을 팩션 형식으로 구성한 소설이다. 바오로가 누구던가? 예수의 ..

독서 일기 2022.01.14

앙테크리스타 -- 악이 당신을 구원한다

선과 악에 대하여 선은 권장하고 악은 쳐부숴야 한다. 악이 없는 세상, 서양인들이 꿈꾸는 세상이다. 이분법적인 사고방식. 서양철학에서 선과 악은 동일성과 타자로 얼굴을 바꾼다. 타자를 동일성으로 흡수하려는 시도. 나는 옳고 타자는 틀렸다. 따라서 타자는 ‘옳은’ ‘선’인 나에게 흡수되어야 한다. 타자를 인정하지 않고 끝없이 파괴해온 역사. 자신의 종교만이 옳고 나머지는 모두 적그리스도다. 파괴하고 동일성 안으로 흡수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 동양은 어떤가 악은 오다. 혐오(嫌惡)스럽다에 사용될 때 악은 오, 라고 읽는다. 추하다는 의미가 정확하게 동양에서 악이다. 따라서 동양에서는 비록 혐오스럽고 추할지라도 처단의 대상은 아니다. 서양에서 선과 악이 있지만 동양에서는 아름다움과 추함이 있을 뿐이다. ..

독서 일기 2022.01.11

느빌백작의 범죄 -- 아멜리 노통브

느빌 백작은 퇴락한 귀족이다. 우연히 점쟁이한테 당신이 파티를 개최하는 날 사람을 죽일 것이라는 예언을 듣는다. 처음엔 무슨 개소리 하는거야, 라고 흘려 넘기지만 불길한 예언이 계속 마음에 남는다. 그리고 급기야 점쟁이 예언대로 자기가 반드시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다면서 불면증에 시달린다. ​ 그러던 차에 막내딸이 나타나서 이왕에 살인을 할 바엔 차라리 자기를 죽이라고 한다. 그렇게 하는 게 가장 좋다면서 아빠를 설득한다. 그리고 마침내....... ​ ​운명 혹은 결정론,,,이런 것을 믿으시는가? 믿지 않으신다고요? 그럼 이런 말을 종종 하곤 하는데.... '어차피 죽을 사람은 죽게 되어 있어, 접싯물에도 빠져 죽는다니깐...' 이런 말을 하거나 동의한다면 당신은 운명론자이다. 즉, 내 ..

독서 일기 2022.01.11

<독서> 적의 화장법 -- 실패를 갈망하는 당신 !

아멜리 노통브 소설은 짧다.단편보다 약간 긴 편이다.그런데 매년 한 권씩 나오는 소설이 매번 프랑스 문단을 뒤흔들어 놓는다. 나 역시 노통브 팬이다. 그러니깐 오쿠다 히데오의 같은 찌릿한 감동을 주는 책을 정확히 매년 한권씩 내놓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 보는 듯한 서늘함이 뒷목을 부여잡게 만들곤 한다.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페이소스, 인간의 허위의식을 피나게 긁어 버리는 작가로 노통브 만한 사람을 찾기 쉽지 않다. 타협은 없다. 삶에 타협이 있던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노통브에게 왜 소설을 쓰느냐고 물었다. '자살의 유혹을 견디기 위해서' 라고 답이 돌아왔다. 소설가로서 대성했고, 파리 패션계가 그녀를 주목할 만큼 그녀의 패션감각은 빼어나며 남들이 부러울게 없을 것 같은 그녀..

독서 일기 2022.01.10

오후 네시 -- 타인은 지옥 !

사르트르가 한 말, "타자는 지옥이다"는 너무도 유명한 말이다. 맛는 말 아냐? 마누라는 지옥이다! 이와 동시에 남편은 마누라에게 지옥이다! 지옥을 체험 하려면 결혼하면 한 달 이내에 지옥을 경험하시게 된다? 무덤 지대로 파는 거지,,,, ​ 물론 연애할 때도 지옥은 경험된다. 내가 아닌 타자는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너를 좋아하는데, 너는 내가 좋아하는 만큼 나를 좋아하지 않아서 슬프다,,, 이런 감정. 이 때 내 마음은 지옥으로 변한다. 타인을 소유하려는 욕망이 극단적으로 치닫으면 타자의 목숨을 빼앗아라서라도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이 되는 거다.​ 동일시의 극단화!​ ​내가 타자의 마음을 송두리 채 소유하지 못한다는 사실,,,,여기서 비극은 시작된다. 어떻게 하면 ..

독서 일기 2022.01.09

<소설> 암퇘지 -- 마리 다리외세크

카프가 소설 에서 그레고리는 벌레로 변한다. 그리스 로마신화에 단골메뉴가 변신이다. 오비디우스가 오죽했으면 '변신이야기' 라는 책을 썼을까? 그 시대 인간들이 변신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에 쓰지 않았을까? 그런데 왜 서양사람들은 변신에 대해 흥미를 보일까? 물론 동양에도 우렁각시 같은 변신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서양이 훨씬 변신에 대해 관심이 많은 듯하다. 은 소외를 다룬다. 어느날 갑자기 벌레로 변하자 가족들은 그레고리를 징그러워 한다. 돈을 벌어오지 못하니깐 가족이라도 쓸모가 없다? 예컨대 자식이 졸업하고 취직 못하고 집에서 죽치고 리니지만 하고 있으면 그걸 보는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자식의 입장은? 실업자인 자식은 스스로를 벌레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방문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가족이 자신을 벌레..

독서 일기 2022.01.09

적 --엠마뉘엘 카레르

과 에서 강력한 인상을 받아서 두 권을 더 샀다. 카레르 소설은 국내에 총 8권이 번역 되어 있다. 콧수염 왕국 적 러시아소설 리모노프 나 아닌 다른 삶 겨울 아이 스키캠프에서 생긴 일 은 살인자 이야기다. 자기 자식 둘과 아내, 자기 부모 등 5명을 죽인 살인마. 프랑스에서 실제 일어났던 충격적인 사건을 소설화 한 책이다. 장인 살해 가능성도 있기에 총 6명을 죽였을 수 있다. 카레르는 살인의 과정을 덤덤하게 적으면서 자신의 관점도 피력한다. 살인자 장클로드 로망의 삶은 거짓말로 점철되었고, 급기야 끔찍한 비극으로 귀결된다. 이런 살인이야 어디서나 있고 소설 주제로 진부하지 않은가? 왜 굳이 작가는 이 사건을 소설화 했을까? 작가는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적은 성서에서 사탄, 악마를 의미한다. 그리..

독서 일기 2022.01.09

<책> 김영하 인사이트 3부작 '다다다'

​ 이 책은 김영하 3부작을 합본호로 만든 책입니다. 김영하는 우리 시대 대표적인 소설가죠. 이 책은 글쓰기와 세상을 보는 시각, 독서 등에 대한 에세이로 채워져 있어요.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딱입니다. 연말을 맞이해서 한가한 시간에 읽기 좋을 듯합니다. ​ ​ 독서를 좋아하면 이 책을 통해 앞으로 읽을 독서 리스트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미 읽은 책에 대해 저자의 시각과 비교해가면서 보는 것도 좋습니다. 저자가 쿤데라, 세르반테스, 카프카 등에 대해 이야기할 때 좋았습니다. 저도 좋아하는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 저자의 생활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람도 많이 안 만나고 독서와 글쓰기, 운동으로 국한하고 싶다는 말이 나옵니다. 삶을 단출하게 구성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겠다는 것입니..

독서 일기 2022.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