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일기

<독서> 적의 화장법 -- 실패를 갈망하는 당신 !

포카라 2022. 1. 1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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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브 소설은 짧다.단편보다 약간 긴 편이다.그런데 매년 한 권씩 나오는 소설이 매번 프랑스 문단을 뒤흔들어 놓는다.

 

나 역시 노통브 팬이다. 그러니깐 오쿠다 히데오의 <면장선거> 같은 찌릿한 감동을 주는 책을 정확히 매년 한권씩 내놓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 보는 듯한 서늘함이 뒷목을 부여잡게 만들곤 한다.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페이소스, 인간의 허위의식을 피나게 긁어 버리는 작가로 노통브 만한 사람을 찾기 쉽지 않다. 타협은 없다. 삶에 타협이 있던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노통브에게 왜 소설을 쓰느냐고 물었다. '자살의 유혹을 견디기 위해서' 라고 답이 돌아왔다. 소설가로서 대성했고, 파리 패션계가 그녀를 주목할 만큼 그녀의 패션감각은 빼어나며 남들이 부러울게 없을 것 같은 그녀의 대답에 일반인들은 아연해할 것이다. 그녀에게 소설은 호구지책이 아니라 치열한 삶의 방식인 셈이다. "나는 이해하기 위해 소설을 쓴다" 멋진 말만 골라서 하는 그녀! 살짝 짜증이 난다. 그녀의 통통한 양 볼을 잡고 좌우로 흔들고 싶다.

 

 

 

자신의 적은 자신!

 

적이 화장을 하고 나타난다. 나의 무의식이라고 생각해도 좋겠다. 나는 의식하고 행동한다.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존재다. 한편으로 나의 무의식은 이러한 나를 훼방한다. 왜 그럴까? 내안에 또 다른 내가 있기 때문? 왜 나의 의식과 무의식은 일치하지 않는가? 심리학자들의 최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내가 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가짜일 수 있다는 것. 진실은 무의식 속에 있다는 것이고, 이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만족할 만한 삶을 살 수 없다는 이야기다. 당신이 성공을 원하지만 무의식의 깊은 밑바닥에서는 실패를 갈망한다는 것을 당신은 믿을 수 있는가? 당신은 주식투자에서 성공을 간절히 원하지만 실제로는 당신은 손실이 나기를 갈망한다고 진단 한다면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냐고 당장 면박이 날아올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은 당신을 그렇게 진단한다.

 

예전엔 별로 믿지 않았지만 요즘은 자주 생각하는 것이 있다. 유년 시절 경험이 삶의 전체를 지속적으로 지배한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유년시절은 백지에 그림이 그려지는 시기다. 그 때 그려진 색깔은 시간이 흘러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유년의 기억은 빛이 바래고 무의식 속으로 침잠한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두고 두고 자신의 삶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를 뛰어넘는 사람만이 위대해 지는 것이 아닐까? 칼 구스타프 융은 '집단 무의식'을 이야기 한다. 그러니깐 개인이 아닌 민족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개인 무의식의 영토가 융에 와서 집단으로 넓어진다. 일본인과 한국인과 아프리카인의 사고방식이 다르다. 왜 다를까? 융은 집단 무의식을 통해 이를 해명한다. 왜 정신분석학자들은 개인무의식, 집단 무의식을 이토록게 문제 삼는걸까?

 

의식과 무의식의 문제,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어서 나를 사사건건 방해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의 무의식이 화장을 하고 나타날 때 내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실패를 갈망하는 당신!

 

예컨대 어떤 주식에서 크게 손실을 입었다고 치자. 그 경험은 앞으로 나의 투자결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의식적으로는 그런 손실을 되풀이 하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다시 전과 똑같은 전철을 밟곤 한다. 피하려고 하지만 다시 빨려들어가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우리는 깊이 생각해야 한다. 왜 나는 이토록 나를 바꾸기 힘든 걸까? 천재 투자자 에드 세이코타가 <시장의 마법사들>에서 인터뷰한 글을 보면 충격적인 발언이 나온다.

 

"누구나 주식시장에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는다"

 

그러니깐 당신이 주식투자에서 손실이 났을 경우 당신은 손실을 원했다는 것이고, 당신은 결국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지금 장난 나랑 하냐? 처음엔 나도 이 부분을 읽을 때 이해가 안 되고,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나는 분명히 수익을 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손실이 난다. 내가 원해서 손실이 났다고 세이코타는 말한다. 말도 안되, 라고 말하고 싶지만 세이코타 주장을 더 들어봐야 한다.

 

여성 암환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암을 낫는 주사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녀는 한사코 핑계를 대며 주사를 거부했다. 그녀는 자신의 병을 무기로 해서 타인을 지배하고 주목을 끌고 주변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 암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녀는 암을 통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그녀는 암치료에서 성공을 원하는가 실패를 원하는가? 그녀는 의식적으로 사람들 앞에서는 암을 낫기를 원한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녀의 무의식은 낫지 않기를 바랬던 것이다!

 

주식투자에서 돈을 잃는 모든 사람들은 잃기를 원하고 있다! 허거걱. 돈을 잃음으로써 당신은 당신의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에드 세이코타가 개소리한다고 넘길 문제가 아니다. 그는 미국 최고의 트레이더다. 이 발언 속에는 세이코타의 시장에 대한 깊은 성찰이 들어있기 때문에 한번은 생각해볼 화두라고 본다.

 

주식투자에서 중요한 것이 세 가지 있다고 하는 말은 이제 진절머리 나도록 식상하다. 심리, 자금관리, 기법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 어느 하나라도 무너지면 끝장난다. 그런데 셋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을 고르라면 심리가 아닐까? 심리에서 무너지면 자금관리고 기법이고 나발이고 아무런 소용이 없다. 심리가 무너지면 손실은 커지고, 작은 이익에 만족하고 잘라버린다. 왜 전설의 투자자 빅터 스페란데오가 심리학 책을 수백권 읽었다고 고백했을까? 내 안의 적, 무의식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당장 폭등할 종목 찾아다는 것, 큰 수익을 지속적으로 내줄 수 있는 매매기법을 찾는 일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되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심리라는데 동의한다. 빨리 벌어야 한다는 조급증, 과거 실패에 대한 강박과 앵커링, 남의 떡에 대한 선망 등은 모두 심리적인 문제다. 당신의 투자를 망치는 적은 당신의 내부에 있다! 적이 화장을 하고 나타나기 때문에 나는 그 적이 '나'인줄 모르는 것이라고 노통브는 말한다.

 

화장을 하고 나타난 적을 경계하라!

 

당신의 적은 시장이 아니다. 줄기차게 떨어지는 주식 시세가 당신의 적이 아니다. 당신의 적은 당신이다. 당신이 투자에서 손실이 나면 종목을 추천해준 타인 때문에, 시장 때문에, 김정은과 트럼프 때문에, 투자한 회사의 경영을 잘못한 사장 때문이라며 당신의 투자실패를 남탓으로 돌리게 만드는, 당신 속의 '적'을 확실하게 간파하기 전에는 주식투자는 쉽지 않은 게임이 될 것이다. 당신의 무의식이 화장을 하고 당신 앞에 나타나서 당신의 삶을 망가뜨리는 것을 경계하라!

 

실패든 성공이든 자신의 원했기 때문이라는 세이코타의 발언을 한번쯤 깊이 씹어봐야 하지 않을까? 진정 나는 성공을 원하는가? 혹시 나는 성공을 가짜로 원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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