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일기

<소설> 암퇘지 -- 마리 다리외세크

포카라 2022. 1. 9. 09:21
728x90
 

 

 

카프가 소설 <변신>에서 그레고리는 벌레로 변한다. 그리스 로마신화에 단골메뉴가 변신이다. 오비디우스가 오죽했으면 '변신이야기' 라는 책을 썼을까? 그 시대 인간들이 변신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에 쓰지 않았을까? 그런데 왜 서양사람들은 변신에 대해 흥미를 보일까? 물론 동양에도 우렁각시 같은 변신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서양이 훨씬 변신에 대해 관심이 많은 듯하다.

 

<변신>은 소외를 다룬다. 어느날 갑자기 벌레로 변하자 가족들은 그레고리를 징그러워 한다. 돈을 벌어오지 못하니깐 가족이라도 쓸모가 없다? 예컨대 자식이 졸업하고 취직 못하고 집에서 죽치고 리니지만 하고 있으면 그걸 보는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자식의 입장은? 실업자인 자식은 스스로를 벌레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방문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가족이 자신을 벌레보듯 하니깐.

 

당신도 그런 경험이 없는가?
직장에서든, 가족간에든,
그들 옆에 있으면서 벌레가 된 느낌.
벌레 취급 당하는 느낌.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이 인간관계의 전부다. KBS드라마 <같이 살래요>에서는 돈보다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드라마 속 이야기다. 그레고리는 가족과 소외되어 어느 날 쓸쓸히 죽는다. 가족들은 벌레를 치우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웃으면서 여행을 한다.

 

<암퇘지>에서 여자는 돼지로 변신한다. 식상하기는 한데 이상하게 소설을 손에서 뗄 수 없었다. 꾸역꾸역 읽었다. 읽으면서 돼지로 변신하는 여자에 감정이입이 되었고, 그 여자가 안쓰러웠다. 왜 그런 감정이 들었을까? 소설은 비현실적이고 약간은 난해하다. 늑대로 변신하는 인간도 나온다. 이 소설이 하고 싶은 말은 뭘까? 나중에 돼지여자는 자신을 버린 엄마를 살해하고 자연 속으로 들어가서 풀 뜯어먹고 살아간다. 그레고리는 벌레로 변신해서 외롭게 죽어가지만 암퇘지 여인은 자신의 엄마를 살해한다. 늑대인간도 살인을 여러 번 한다. 변신한 동물의 인간에 대한 공격?

 

내용이 심오한 것 같으면서도 별로 인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암퇘지로 변해가는 여자에 대해 감정이입 되었다는 것은 나 역시 돼지로 변신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나는 이미 돼지로 변신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는 걸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