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일기

적 --엠마뉘엘 카레르

포카라 2022. 1. 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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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수염>과 <왕국>에서 강력한 인상을 받아서 두 권을 더 샀다. 카레르 소설은 국내에 총 8권이 번역 되어 있다.

 

콧수염
왕국

러시아소설
리모노프
나 아닌 다른 삶
겨울 아이
스키캠프에서 생긴 일

 

<적>은 살인자 이야기다.

 

자기 자식 둘과 아내, 자기 부모 등 5명을 죽인 살인마. 프랑스에서 실제 일어났던 충격적인 사건을 소설화 한 책이다. 장인 살해 가능성도 있기에 총 6명을 죽였을 수 있다. 카레르는 살인의 과정을 덤덤하게 적으면서 자신의 관점도 피력한다. 살인자 장클로드 로망의 삶은 거짓말로 점철되었고, 급기야 끔찍한 비극으로 귀결된다. 이런 살인이야 어디서나 있고 소설 주제로 진부하지 않은가? 왜 굳이 작가는 이 사건을 소설화 했을까? 작가는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적은 성서에서 사탄, 악마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 근본적인 의미는 거짓말하는 자이다." 그렇다면 서양에서 거짓말은 최악의 사건이라는 말이다.

 

그러니깐 서양문명에서 거짓말을 하는 자는 사탄이다. 소설에서 장클로드 로망은 사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누구나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하고 산다. '정도' 가 중요할까? 거짓말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당신은 단 한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는가?

 

장 클로드 로망은 한번 거짓말을 한 뒤로 계속 거짓말을 하게 된다. 거짓을 감추기 위해서는 계속 거짓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된다. 거짓말은 은행에 돈을 넣으면 이자가 불듯 자기 증식을 한다. 그리고 급기야 걷잡을 수 없이 되면서 수습이 불가능하게 된다. 로망처럼 살인으로 귀결되는 경우는 드물겠지만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사람은 사회에서 신뢰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거짓말 하는 자는 구원받을 수 없을까? 있다! 회계하면 구원받는다고 한다. 이 소설에서 마리 프랑스라는 오지랖 넓은 여자가 그런 존재다. 작가 엠마뉘엘 카레르는 로망의 사기행각 보다 더 알고 싶은 것은 정말 그의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알 수 없다. 내가 타인이 될 수 없으니깐. 카레르의 결론은 이렇다.

 

" 그 안에 있는 거짓말쟁이가 그에게 연극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스도가 그의 마음속에 찾아올 때,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 그의 뺨에 눈물을 흘리게 할 때, 그것은 여전히 그를 속이고 있는 적이 아닌가?"

 

어떤 독재자가 한 도시에서 양민을 무차별 살육 했다. 그리고 나중에 자신의 죄를 회개했다. 이 때 당신은 독재자를 너그러이 용서해줄 수 있는가? 모든 죄를 사하여 주는 회개는 얼마나 편의적인가? 회개라는 것이 좀 웃기지 않은가?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이 이야기를 글로 써내는 일은 죄악이나 기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장구 치고 싶은 말이다. 회개 뒤에 숨는 살인마를 용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정말 그가 회개했는지조차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 카레르 소설 <적>에서 핵심은 바로 이 부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 그런데 거짓말을 하는 것이 죄악이라고 치고, 거짓말이 용서받고 구원받을 수 있는 길은 없을까? 거짓말이 구원 받을 수 없다면 그것 역시 정말 난제다. 인간은 언제든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하고 살고 있고, 그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매주 성당에서 가서 일주일간 잘못을 고해 성사 하면 죄가 눈 녹듯 스르르 녹아 버린다면? 인터넷에 검색해봤더니 고해성사에 대해 대해 이렇게 나와 있다.

 

 가톨릭 신자가 알게 모르게 범한 죄를 성찰(省察)·통회(痛悔)·고백·보속(補贖) 등의 절차를 통하여 죄를 용서받는 성사.

 

첫째 성찰이란, 고해성사를 받으려고 할 때 먼저 자신이 하느님의 사랑을 거슬러 지은 죄를 자세히 생각해낸다. 다음 통회에서는, 하느님 앞에 죄를 지은 자로서의 나약한 자신을 인식하고 자기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며 가슴 아파한다.

 

그리고, 하느님의 대리자인 사제에게 자기의 마음을 열어 죄를 고백한다. 넷째 번의 보속은, 죄를 보상하는 마음으로 기도, 사랑의 실천, 생활의 개선 등에 힘쓴다. 죄를 짓는다는 것은 곧 하느님과의 화평 관계에서의 일탈(逸脫)을 의미하는데, 고해성사를 통해 화평관계를 회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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