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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줄리에타 -- '이년아, 너도 애 낳고 살아봐라'

영화의 주제, 죄책감과 모성애 줄리에타는 두 번의 죄책감을 갖고 산다. 첫 번째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 때문이다. 그 남자는 줄리에타 옆에 앉아서 이야기나 하자고 한다. 줄리에타는 느끼한 시선을 피하면서 다른 자리로 옮긴다. 그 남자는 자살한다. 그러니깐 자살을 결심한 남자가 우연히 옆에 탔고, 말을 걸었는데, 그 때 말을 받아 주지 않아서 남자가 자살한 것으로 느끼면서 그녀는 괴로워한다. 오지랖도 넓으시지. 그런데 실제 당신에게 이런 일이 닥쳐왔을 때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 죄책감을 눈꼽만큼도 느끼지 않고 행동할 수 있을까? ​ 죄책감은 도덕의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을 때 느끼는 감정으로 양심의 가책과 연결된다. 타인을 죽게 내버려두는 것은 죄악이다. 도덕은 이렇게 말한다. 이를 위반했을 때 ..

영화 보기 2022.01.10

<영화> 닥터지바고 -- 라라의 테마

명동성당에서 을지로쪽으로 내려오는 길에 중앙극장이 있었다. 80년대 후반 중앙극장은 를 앙콜 상영했고 나는 거기서 이 영화를 봤다. 엄청나게 큰 화면 이었다. 인간의 운명은 신도 거역할 수 없다는 듯이 슬픔이 뚝뚝 베어나는 주제곡 가 잔잔하게 깔리고 8살 유리 지바고는 엄마를 잃고 슬픔에 잠긴다. 관이 메마른 땅 밑에 눞혀지자 삭풍이 불어와 깡마른 낙옆들을 우수수 관 위에 흩뿌린다. 아, 나는 그 첫 장면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죽은 자의 관,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 그 바람에 이리저리 대지를 떠도는 고엽들. 앞으로 전개될 지바고의 고난에 찬 삶을 암시하기라도 하듯 바람은 미친듯이 불어댔고 영화는 음산한 잿빛 화면을 페이드 아웃시킨다. 는 작가 파스테르나크의 삶에 대한 선이해가 필요한 작품이다. 지..

영화 보기 2022.01.10

<영화> '비와 당신' 그리고 라디오스타

라디오 스타 내가 안성기 출연 영화를 처음 본 것은 최인호 원작을 배창호 감독이 영화화 한 에서 였다. 이미숙이 다혜 역으로 강석우가 민우 역으로 나왔었다. 민우와 다혜의 가슴 아픈 사랑이 마음을 시리게 했던 영화다. 그 영화에서 안성기는 민우와 다혜의 사랑을 이해하고 보듬는 역할을 했었다. 20년 전 이야기다. 그 뒤로 등 굵직한 영화에서 안성기는 항상 중심에 있었다. 내가 본 한국영화는 안성기를 빼 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는 셈이다. 안성기의 주름에는 한국 영화의 연륜이 녹아 있다. 나는 안성기가 좋다. 박중훈을 가끔 토크쇼에서 볼 때가 있는데 만일 그가 코미디를 했으면 얼마나 웃겼을까 생각할 때가 많다. 박중훈이 점잖은 영화에 나온다면 별로 흥행에 도움이 안될 것이다. 그의 이미지는 온전히 가벼운 ..

영화 보기 2022.01.10

<영화> 마리 포사 -- 너에게 세상의 비밀을 하나 알려주마

​ ​ ​ ​ ​ 1936년 스페인 공화파와 카톨릭을 등에 업은 극우파 간 내홍이 그 열기를 더해가는 시절. ‘참새’라는 별명을 가진 몬초가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그레고리오 선생의 자상한 훈도를 받아 참새는 사물의 이치를 하나하나 깨쳐 간다. 봄이 와서 나비가 훨훨 날면 장다리꽃 피는 들녘으로 자연 관찰도 나가고, 이웃집 처녀 총각이 건초더미 위에서 연애질하는 모습도 훔쳐본다. 밴드부 형의 실연을 목격하고 어른스레 형을 위로하는 참새. ​ 자신은 얼른 자라서 로싸라는 지지배와 결혼하겠다고 단단한 각오를 한다.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대지를 익힐 듯 이글거리는 태양이 사과처럼 발갛게 물들어 갈 때, 몬초가 있는 곳은 지상의 낙원이었다. ​ ​ 파시스트들이 공화파를 숙청하기 시작하면서 덕망 있고 존경..

영화 보기 2022.01.10

<영화> 하나비 -- 불꽃처럼 타오르다 스러지는 삶.

의 여주인공 '나까야마 미호' 보다 더 내 가슴을 뒤흔든 남자가 있다. '기타노 다케시'다. 무표정한 얼굴과 침묵, 그리고 스스럼없는 살인. 나는 를 통해 그를 만났다. 그리고 그의 연기 앞에서 옴쭉 달싹 하지 못했다. 나는 거미줄에 걸려 바둥거리는 하루살이 신세가 되었다. 사지가 마비되고 죽음 같은 공포에 소름이 돋았다. 가 사랑의 회상에 관한 영화라면 는 사랑의 표현에 관한 영화라고 나는 보고 싶다.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이 '사랑' 이라고 한다면 그 사랑은 어떻게 상대방에게 드러내는가는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사랑에 대한 생각도 달리 표현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주목하자. 는 어쩌면 죽음에 대한 성찰을 말하고자 하는 영화일 수도 있다. 영화에서 니시 (기타노..

영화 보기 2022.01.09

<영화> 고령화 가족 --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것

가족과 식구의 차이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가 가족의 정체성의 핵심이다. 가족은 서로 피가 섞였다는 점이 타인과 차별되는 근거가 된다. 그런데 개 같은 가족이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에 나오는 가족처럼. 밀리언달러에서 가족은 피를 나눴다는 이유만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이 영화에서 진정한 가족은 메기와 클린트 이스트우드다. 사랑에 기반하지 않으면 가족이 아니기 때문이다. 식구(食口)를 국어사전에서 이렇게 정의한다. [명사] 1.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 왜 끼니를 같이 하는 것이 중요한가? 인간은 밥을 먹지 못하면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는 가족을 해체시켰다. 대학을 나왔지만 영화감독으로 실패한 후에 인생을 포기한 인모, 총체적 난국 식충이 한모, 남자 갈아치우기 전문 미..

영화 보기 2022.01.09

<영화> 차이코프스키 -- 영혼의 동반자 폰 메크 부인의 사랑

러시아, 거장의 나라! 이고르 탈란킨 감독의 이 작품은 1969년에 만들어졌다. 소련이 강성대국으로 미 제국주의와 대결할 때다. 러시아의 문학과 음악 세계는 그 깊이가 한량없다. 러시아 문학을 빼버리면 서양문학의 절반이 지워진다. 내가 고등학교 때 탐독했던 소설의 90%는 러시아 문호들 대작이었다. 인간 본질을 깊숙이 파고 들어가는 작품들의 웅숭한 세계 속에서 자맥질할 때 행복하였어라. 고작 문고판 사진으로만 야스나야 폴라야를 봤지만 무덤마저 황홀했다. 아름드리 나무 그늘 밑에 봉긋한 무덤과 밝은 색깔의 꽃들이 무덤 앞에 놓여 있었다. 푸쉬킨도 도스토예프스키도, 투르게네프도, 의 미하일 숄로호프도, 의 파스테르나크도, 의 체호프도 모두 러시아에 있다. 그들은 왜 러시아에서만 태어났는가? 자작나무 숲으로 ..

영화 보기 2022.01.09

<영화> 건축학개론 -- 첫사랑은 끝없이 돌아온다

첫사랑만큼 순수한 사랑이 있을까? 세상에 눈 뜨고 이성을 느끼면서 가슴에 들어오는 사람을 향한 감정은 순백색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상대가 순수를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사랑은 파경을 맞는다. 이 영화에서도 서연이 방송반 선배에게 자췻방에서 정조를 잃었다고 판단한 승민은 그녀와 이별한다. 세월이 흘러 15년 만에 다시 만나는 과거의 연인은 함께 집을 지으면서 추억으로 여행을 떠난다. 잃어버린 시간 속으로 다시 들어갈 수 없지만 그 때 순수했던 감정을 아프게 회상하면서 영화는 이어진다. 서연이 자신의 실수로 못 이룬 사랑을 가슴 아파 하며 '좆 같아, 모든 게 좆 같아' 하며 푸념하는 장면은 시간을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인간의 절망적 표현이다. 자신을 순수하게 사랑해준,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에 대한 애틋함이 ..

영화 보기 2022.01.09

<영화> 해피해피 브레드 -- 꼼빠뇽, 빵을 나누는 사이.

가족 혹은 동료 식구라는 말은 밥을 같이 먹는 사람이란 뜻이죠? 가족의 다른 말입니다.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소중합니다. 가족이 아닌데도 밥을 같이 먹을 수 있죠. 가족 만큼 소중한 사이 입니다. 생각해보면 같이 밥 먹는다는 것이 아주 심오한 뜻이 있네요. 싫어하는 사람과 같이 밥 먹으면 체하는 이유를 알 것 같군요. 밥을 같이 먹는 사이. 카페 마니의 남자 미즈시마가 꼼파뇽의 의미를 묻습니다. 빵을 나눠먹는 사이라네요. 동료를 의미하는 말 같습니다. 미즈시마는 죽음을 앞둔 노 부부가 자살을 위해 카페 마니를 찾습니다. 아무런 희망도 없는 늙은 부부는 젊은 날 추억의 장소에서 생을 마감하려고 하지요. 미즈시마는 이들 부부에게 정성을 다해 빵을 만들어 내놓지요. 그리고 해답을 찾습니다. 가족은, 부부는..

영화 보기 2022.01.09

<영화>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 심리적 가치를 추구하는 삶

당신의 마음 속에 가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두 딸이 있습니다. 엄마는 딸에게 두 가지 중 하나씩 고르라고 합니다. 공부 vs 세계여행 큰 딸은 공부를 택하고, 둘째는 세계여행을 고릅니다. 두 가지 모두를 다 할수는 없어요. 하나를 택하면 하나를 버려야 하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항상 고르지 못한 것을 아쉬워 합니다. 큰 딸 역으로 나오는 계륜미 입니다. 대만 최고 배우였어요. 청순하면서도 발랄한 이미지에 어울립니다. 에서 계륜미는 청순미가 인상적이었습니다.순수하고 가슴 아픈 첫사랑 이야기였습니다.에서 계륜미는 보이시한 분위기였습니다. 동성애 코드라서 제 입맛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사랑의 아픔울 안으로 삭이는 내면 연기를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륜미는 어릴적부터 친구였던 유부남..

영화 보기 2022.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