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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브레터 -- 사랑의 회상

포카라 2022. 1. 17.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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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란 인간이 혼자 힘으로 빠져 나올 수 없는 허무로부터 인간을 구출하기 위해서 찾아온 천상의 구원이다."

 

 

러브레터 / 이와이 슈운지 

영화 <러브레터>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사람은 ‘옛 일을 상기할 힘’을 결핍하기 때문에 존재와 단절하게 된다. 영화관에서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나는 일인 이역을 하는 여주인공의 중심을 와타나베 히로코로 봤다. 그런데 어제밤 다시 보면서 이 영화의 비중은 오타루에 살고 있는 여자 후지이 이츠키임을 알았다. 와타나베 히로코는 사랑을 잃고 고통받으면서 그녀의 새로운 남자친구의 사랑을 받아 들이지 못한다. 이츠키와 사랑의 추억은 와타나베의 현실에서는 걸림돌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후지이 이츠키라는 동명이인의 여자를 만나게 되고 와타나베는 남자친구의 학창시절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면서 후지이 이츠키의 보랏빛 사랑의 시절들이 복원된다. 마르셀 프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대출카드 뒷면에 그려진 자신를 데생한 그림을 발견하는 순간 잃어버린 과거는 자기앞에 현전한다. 중학교 시절 자신의 자화상을 보면서 어쩔줄 몰라하는 후지이 이츠키의 모습은 우리들 모두의 가슴속에 잠자는 아득한 옛날 첫사랑의 기억을 주술처럼 불러낸다. 엔딩장면이 너무 가슴을 시리게 해서 담배를 물고 밖으로 나가야 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옷섶에 여미고 가버린  옛사랑에 대한 그리움에 가슴 저며하는 이츠키의 모습은 영원히 내 가슴속에 남으리라. 사랑의 순수를 연기하는 나까야마 미호는 너무 이뻤다...



“우리도 가능한한 많은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을 시간 안에 은폐시켜 놓을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언젠가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 예컨대 우리의 아이들이 자신들의 상기의 힘에 의해 그것들을 발견하고 삶의 기쁨을 느끼고 자신의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인식하고 존재에의 용기를 얻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각자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볼 일이다. 우리의 삶에 아직은 은폐되어 있는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이 ‘상기의 힘’에 의해 우리에게 그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김용규, <영화관 옆 철학카페>)

 

 

 

 "... 잘 지내고 있나요?  전... 잘 지내요."

"그는 나의 연인이었습니다..."



히로코의 연인 이츠키가 등반 사고로 죽은지 2년이 지난 추모식. 이츠키를 잊지 못하고 있는 히로코는 이츠키의 집에서 그의 옛 주소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편지를 보낸다. 그리고 며칠 뒤 히로코는 예기치 못한 이츠키의 답장을 받게 된다. 히로코는 이츠키와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이츠키가 자신의 죽은 연인과 이름이 같은 여자임을 알게 된다.



"당신이 그리워하고 있는 그는 제 기억 속에 살아있습니다..."


히로코는 이츠키를 만나기 위해 먼길을 찾아가지만 집 앞에서 서성이다 편지 한 통만을 남기고 발길을 돌린다. 이츠키는 히로코가 남긴 편지를 통해 그녀의 연인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중학교 동창생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란다. 그리고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한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추억을 저에게도 나누어주세요..."


히로코는 죽은 연인을 잊을 수 없는 간절한 마음으로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들을 이츠키에게 적어 보내 줄 것을 부탁하고...


"기억 저편에 사라졌던 그의 모습들이 하나 둘 떠오릅니다..."


이츠키는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을 추억들을 하나 하나 떠올리기 시작한다.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되었던 유쾌하지 못한 기억에서 시작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점차 아쉽고 소중한 추억에 대한 진한 그리움으로 변해가게 되는데...
 

"가슴이 아파서 이 편지는 보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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