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1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첫사랑의 순수

“회상이란 인간이 혼자 힘으로 빠져 나올 수 없는 허무로부터 인간을 구출하기 위해서 찾아온 천상의 구원이다" ​ 조르주 플레가 한 말 입니다. 인간은 회상하는 존재 입니다. 허무의 늪가에서 사는 존재로서 인간에게 회상은 동아줄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회상을 통해서 우리는 과거에 빛났던 시절을 추억하고 살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이 때 회상은 과거의 현전 입니다. 교부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했듯이 인간은 과거를 살고 현재를 살고 미래를 삽니다. 현재의 시간 속에 있지만 과거의 현재를 살기도 합니다. 당신의 아름다웠던 과거는 그냥 흘러가버린 것이 아니라 지금의 당신에게 존재 의미를 던져주고, 당신의 삶을 더 나은 곳으로 인도 합니다. 영화를 보는 행위 역시 어쩌면 우리가 잊고 지냈던 옛 시절에 대한 환기 ..

영화 보기 2022.01.14

<영화> 족구왕 -- 족구하고 자빠졌네

족구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제대 후에 복학해서 기숙사에 들어가자 공시생 선배가 묻는다. 넌 꿈이 뭐냐? 아직 생각 안 해봤어요. 공무원 시험 준비해라. 공무원은 싫어요. 너 학점 얼마냐? 2.1 입니다. 토플점수는? 한번도 보지 않았어요. 그럼 넌 뭘 하고 싶은데? (수줍게) 연애요. 여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남학생은? 족구하는 복학생 겨털 휘날리며 족구하다가 땀내 풀풀 풍기며 강의실 들어오는 늙다리 복학생을 좋아할 여학생이라면 그 여학생이 싸이코다! 수업시간에 눈에 불똥이 번쩍 띌만큼 이쁜 안나를 본 만섭은 안나에 접근한다. 못쇙기고 키작은 복학생이 언감생심 대학교 홍보모델 여신 안나를 넘본다. 우여곡절 끝에 안나와 영어 연극 파트너가 된다. 안나가 만섭에게 족구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자 만섭이 ..

영화 보기 2022.01.13

웰컴투 사우스 -- 발렌티나 스텔라가 부르는 "영원한 열정 "

우체국 직원 알베르토가 나폴리 근처 깡촌으로 발령이 난다. 땅끝마을 우체국 지점장이 된 알베르토가 남부에서 허벌나게 거시기 해버리는 이야기. 알베르토는 아내에게 진실을 이야기 하지 못하고, 우체국 청년 마티아는 동료 마리아에게 사랑 고백을 못한다. 사랑에는 용기가 필요해 ! 한여름 시골 축제의 밤, 마티나에게 사랑을 고백하라고 부추기는 알베르토. 망설이는 마티나 이 때 발렌티나 스텔라가 부르는 "영원한 열정 (passione eterna)" 이 묵직하게 깔린다. . https://youtu.be/qo919abfxR4 당신이 나를 사랑할 때, 나는 당신의 사랑에 매달리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당신을 찾을 수 없어​ 당신은 떠나갔고 이제 나에게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맹세하건만 그것은 부질없는 맹세일 뿐..

영화 보기 2022.01.12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오늘은 제가 있는 바닷마을에 시원한 바람이 볼어 옵니다. 오랫만에 더위가 많이 누그러졌습니다. 바람이 이렇게 고마울 줄이야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집 뒷쪽으로 몰려가 동산 위에 아카시아 나무잎새를 뒤집습니다. 불현듯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작품 가 생각났습니다. 오래 전에 본 영화이지만 언제까지나 제 가슴 속에 남아 있을 영화입니다.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는 복선이 깔리지도 않고 인물들의 성격도 그대로 드러나는 편이어서 단순하고 이해하기 쉽다. 그래서인지 그의 영화는 밋밋하고 때론 지루해서 짜증나기조차 한다. 의 경우 인간의 인내심을 시험하기 위해 만든 영화인가 싶을 정도로 사람을 열받게(?) 한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 할 즈음에 영화는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엔딩 자막을..

영화 보기 2022.01.12

<영화>무지개 여신--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오랜만에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해봤어,,,잘 지내니? 혹시 이런 전화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토모야가 아오키에게 전화를 합니다. 불현듯 누군가 생각이 나서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 전화를 할 때, 당신은 그 사람을 '아직도' 사랑하는지 모릅니다. 이미 너무 늦었는지도 모르지만요. ​ 이와이 슌지가 프로듀서를 하고 슌지 사단의 쿠마자와 나오토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 입니다. 슌지의 영화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난 뒤에 사랑을 알게되면서 후회하는 이야기 입니다. 너무 진부한가요? 그래요, 삶 자체가 그런 측면이 있어요. 우리는 항상 후회하고, 미련을 갖고, 가슴 아파하는 존재니까요.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삶의 도처에 얼마나 많은가요? 시간은 우리의 후회에 아랑곳 않고..

영화 보기 2022.01.12

<영화> 관상 -- 관상을 부정하는 영화

관상, 확률 이야기. 주식도 마찬가지지만 관상도 확률론적 측면이 있는데, 개명천지에 많은 사람들이 관상을 믿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 얼굴을 종합해 본 결과 범죄자들의 얼굴에 나타나는 공통적 특징은 이렇다, 라고 할 때 우리는 이를 믿어야 하는가? 위에 너무 두터운 입술은 색욕이라고 했는데 그럼 아프리카 흑인들이 이런 입술이 많은데 다들 색욕이 강한가? 아닐 것이다. 요즘은 보톡스 맞아서 입술을 떡볶이처럼 하고 다니는 연예인도 있다. 이런 분들에게 색욕을 들이대면 안 된다. 평균적으로 색욕이 약간 강할 수도 있겠지만 반드시 맞지 않을 것이다. 주식도 어떤 패턴을 그리면 그 다음 흐름을 확률론적으로 예상해볼 수는 있지만 항상 맞지는 않다. 상당한 확률로 맞는 경향이 있다..

영화 보기 2022.01.11

<영화> 닥터지바고 -- 라라의 테마

명동성당에서 을지로쪽으로 내려오는 길에 중앙극장이 있었다. 80년대 후반 중앙극장은 를 앙콜 상영했고 나는 거기서 이 영화를 봤다. 엄청나게 큰 화면 이었다. 인간의 운명은 신도 거역할 수 없다는 듯이 슬픔이 뚝뚝 베어나는 주제곡 가 잔잔하게 깔리고 8살 유리 지바고는 엄마를 잃고 슬픔에 잠긴다. 관이 메마른 땅 밑에 눞혀지자 삭풍이 불어와 깡마른 낙옆들을 우수수 관 위에 흩뿌린다. 아, 나는 그 첫 장면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죽은 자의 관,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 그 바람에 이리저리 대지를 떠도는 고엽들. 앞으로 전개될 지바고의 고난에 찬 삶을 암시하기라도 하듯 바람은 미친듯이 불어댔고 영화는 음산한 잿빛 화면을 페이드 아웃시킨다. 는 작가 파스테르나크의 삶에 대한 선이해가 필요한 작품이다. 지..

영화 보기 2022.01.10

<영화> 마리 포사 -- 너에게 세상의 비밀을 하나 알려주마

​ ​ ​ ​ ​ 1936년 스페인 공화파와 카톨릭을 등에 업은 극우파 간 내홍이 그 열기를 더해가는 시절. ‘참새’라는 별명을 가진 몬초가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그레고리오 선생의 자상한 훈도를 받아 참새는 사물의 이치를 하나하나 깨쳐 간다. 봄이 와서 나비가 훨훨 날면 장다리꽃 피는 들녘으로 자연 관찰도 나가고, 이웃집 처녀 총각이 건초더미 위에서 연애질하는 모습도 훔쳐본다. 밴드부 형의 실연을 목격하고 어른스레 형을 위로하는 참새. ​ 자신은 얼른 자라서 로싸라는 지지배와 결혼하겠다고 단단한 각오를 한다.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대지를 익힐 듯 이글거리는 태양이 사과처럼 발갛게 물들어 갈 때, 몬초가 있는 곳은 지상의 낙원이었다. ​ ​ 파시스트들이 공화파를 숙청하기 시작하면서 덕망 있고 존경..

영화 보기 2022.01.10

<영화> 하나비 -- 불꽃처럼 타오르다 스러지는 삶.

의 여주인공 '나까야마 미호' 보다 더 내 가슴을 뒤흔든 남자가 있다. '기타노 다케시'다. 무표정한 얼굴과 침묵, 그리고 스스럼없는 살인. 나는 를 통해 그를 만났다. 그리고 그의 연기 앞에서 옴쭉 달싹 하지 못했다. 나는 거미줄에 걸려 바둥거리는 하루살이 신세가 되었다. 사지가 마비되고 죽음 같은 공포에 소름이 돋았다. 가 사랑의 회상에 관한 영화라면 는 사랑의 표현에 관한 영화라고 나는 보고 싶다.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이 '사랑' 이라고 한다면 그 사랑은 어떻게 상대방에게 드러내는가는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사랑에 대한 생각도 달리 표현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주목하자. 는 어쩌면 죽음에 대한 성찰을 말하고자 하는 영화일 수도 있다. 영화에서 니시 (기타노..

영화 보기 2022.01.09

<영화> 고령화 가족 --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것

가족과 식구의 차이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가 가족의 정체성의 핵심이다. 가족은 서로 피가 섞였다는 점이 타인과 차별되는 근거가 된다. 그런데 개 같은 가족이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에 나오는 가족처럼. 밀리언달러에서 가족은 피를 나눴다는 이유만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이 영화에서 진정한 가족은 메기와 클린트 이스트우드다. 사랑에 기반하지 않으면 가족이 아니기 때문이다. 식구(食口)를 국어사전에서 이렇게 정의한다. [명사] 1.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 왜 끼니를 같이 하는 것이 중요한가? 인간은 밥을 먹지 못하면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는 가족을 해체시켰다. 대학을 나왔지만 영화감독으로 실패한 후에 인생을 포기한 인모, 총체적 난국 식충이 한모, 남자 갈아치우기 전문 미..

영화 보기 2022.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