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일기

<독서> 위로하는 정신 -- 슈테판 츠바이크

포카라 2022. 1. 1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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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는 누구인가?

 

르네상스기를 살았던 인문주의자. 그는 회의론자였고 독단론을 싫어했다. 공직에 있다가 38살에 은퇴해서 수상록을 쓴다. 그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오로지 내면에 침잠하기를 원했다. 그의 수상록은 '에세' 라고 한다. 지금으로 치면 중수필 정도? 요즘 에세이라고 하는 글의 기원이다.

 

몽테뉴가 살았던 시절은 종교전쟁의 시기이기도 했다. 프랑스는 카톨릭과 위그노(프랑스 신교도)간에 치열한 쌈박질이 있었다. 1572년 성 바르톨로메이오 축일에 카톨릭 쪽에서 위그노 3천명을 학살했다. 학살은 이어졌고 두달간 약 7만명 위그노가 죽임을 당했다. 그 뒤로 앙리 4세가 신교도들 종교자유를 허용한다는 낭트칙령을 발표한다. 앙리4세는 몽테뉴 친구다. 몽테뉴 입김이 작용했다고 한다.

 

종교든 이데올로기든 타인의 신념을 인정하지 않고 죽이는 행위를 서슴치 않고 자행하는 사람들. 왜 신념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걸까? 몽테뉴는 이꼴저꼴 보기 싫기도 했고,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는 행위가 무엇보다도 소중하다고 판단하고 성에서 칩거를 한다. 그렇게 10년을 보낸다. 그 뒤로 이탈리아 여행을 1년 반 남짓 한다. 이 때 보르도 시민들이 몽테뉴를 시장으로 추천하면서 다시 공직에 들어간다. 3년 정도 시장을 하고 다시 성에 칩거하면서 수상록을 완결하고 죽는다.

 

 

이 책은 전기작가 슈테판 츠바이크 유작이다. 2차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에 유대인 츠바이크는 박해를 피해 남미로 간다.

 

도망쳐라, 너의 가장 깊숙한 내면으로, 너의 작업 속으로. 단지 네가 너 자신인 곳으로, 한 나라의 국민도 아니고, 이런 지옥 같은 도박의 대상도 아닌 곳으로 도망쳐라. 그곳만이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 네가 가진 얼마간의 오성이 아직 합리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장소이다.

 

치의 학살과 몽테뉴가 살았던 시절 위그노 학살이 뭐가 다를까? 츠바이크는 몽테뉴 <수상록>을 읽으면서 위로 받는다. 이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몽테뉴와 츠바이크 삶이 겹쳐 보인다. 츠바이크는 현실의 참혹한 광기를 견뎌내지 못하고 결국 자살하고 만다. 그의 두번째 부인도 뒤를 따른다.

 

“모든 나의 친구들에게 인사를 보내는 바입니다! 원컨대, 친구 여러분은 이 길고 어두운 밤 뒤에 아침노을이 마침내 떠오르는 것을 보기를 빕니다. 나는, 이 너무나 성급한 사나이는 먼저 떠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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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이크는 <수상록> 에서 어떤 위로를 받았을까?

 

몽테뉴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시선을 내면으로 돌리고, 내면에 시선을 고정하고, 내면을 부지런히 살핀다. 누구나 자기 앞만 쳐다보지만 나는 내 안을 들여다본다. 내게는 나 자신에 관한 일 이외에는 상관할 일이 없다. 나는 지속적으로 나 자신을 관찰하고, 나 자신을 살펴보고, 나 자신을 음미한다.나는 나 자신 안에서 뒹군다.”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 츠바이크 역시 수상록을 읽으면서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게 되고 거기서 위로 받은 것이다. <위로하는 정신>은 부피가 얇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나면 당장 <수상록> 이 읽고 싶어질 수도 있다. 몽테뉴 인문서로서 제일 좋은 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수상록>은 동서문화사에서 두 권으로 나왔다. <수상록>은 침대의 책이다. 자기 전에, 혹은 정일한 시간이 찾아올 때 아무 곳이나 펴서 읽으면 된다.

 

 

 

독서에 나이가 별 의미는 없지만 이 책만큼은 나이 든 분들에게 추천한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내면에 침잠할 시간이 없다. 온갖 신산한 삶의 역정을 건너온 사람들이 <수상록>에 써 있는 내용에 공감하리라. 나 역시 틈틈이 읽고 있는데 제일 아끼는 책이다. 한권으로 된 책도 있는데 글자 사이즈가 작아서 눈이 침침.

 

또 다른 몽테뉴 입문서로는 홋타 요시에가 쓰고 김석희가 번역한 한길사에서 나온 세 권짜리 <몽테뉴>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절판이라서 구하기 어렵다. 나도 1권은 아직 못 구했다. 다시 출간했으면 좋겠다.

 

세상이 소란스럽지 않은 적이 없다. 춘추시대나 지금이나 다 똑같이 소란스럽다. 우리는 이런 소란의 바람 속에 휩쓸려서 살다가 죽어야 할까? 나이가 들면 <수상록>이 슬며시 생각날 시간이 올 것이다. 그 때 이 책을 펴보시라. 삶에 지친 당신을 위로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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