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일기

<명화 이야기> 수잔나 푸르망 초상 -- 루벤스

포카라 2022. 1. 1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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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드르 출신 화가들 

 

중세시대 플랑드르 지역에서 활동했던 화가로서 브르겔과 루벤스가 있다.

 

플랑드르 지역은 벨기에 저지대 지방을 말하는데 때로 네덜란드에서 북부 프랑스 지역까지도 포괄하기도 한다. 암스테르담, 안트베르펜이 중심지다. 중세말 기괴한 초현실주의적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도 플랑드르 출신이다. 이후에 빛의 마법사로 불리는 렘브란트가 암스테르담에서 활동했고, 고흐의 고향 준데르트도 플랑드르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플란더스의 개> 무대가 바로 안트베르펜이다. 그 당시 북구에서 가장 융성한 항구였다. 쾰른이 인구 3만명일 때 안트베르펜은 10만명이었고, 암스테르담은 고작 6만이었다. 유럽 최대 무역항이었다. 파트라슈와 네로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성모성당 제단화를 보러간다. 그 때 그리스도 얼굴을 달빛에 보는데 그리스도 음성이 들린다. " 오늘 너는 나와 함께 천국에 있으리라" 네로와 파트라슈는 다음날 숨진채 발견된다.

 

루벤스 : 플랑드르에 바로크 시대를 연 화가

 

루벤스 (1577-1640) 가 활동했던 시절은 스페인이 플랑드르 지역네덜란드는 스페인의 오랜 통치에서 벗어나는 중이었다. 루벤스 가문은 네덜란드 독립투쟁 당시 스페인 통치자들에 쫒겨 독일등을 전전하며 살았다. 이후 두 나라간 휴전이 성립되자 루벤스 가족은 안트베르펜으로 돌아온다.

 

루벤스 아버지도 좀 골 때리는 편이다. 스페인에 반대해서 칼뱅주의자였던 루벤스 아버지는 네덜란드 독립전쟁을 이끌던 지도자의 아내와 사랑에 빠져 딸까지 낳는다. 그러나 루벤스는 아버지와 달랐다. 그는 반종교개혁주의 였고, 카톨릭 교육을 받고 이탈리아 유학을 다녀온다. 스페인 치하 주류사회에서 부귀영화를 누리는 삶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이탈리아 유학을 통해 프랑드르에 북구에 바로크 시대를 여는 인물이 된다.

 

17세기 바로크란 종교개혁에 반발하는 카톨릭 미술을 말한다. 프로테스탄트 공격에 맞서는 반종교개혁적인 미술이라고 보면 된다. 스케일이 크고, 화려하고 연극적이다. 루벤스가 바로 이러한 사조의 중심에 서 있던 플랑드르 화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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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코 : "불량공주 모모코"

 

바로크 뒤에 로코코 시대가 온다. 로코코는 바로크적 경건함이나 딱딱함과 거리가 멀다. 우아하고 경쾌하고 경박하다. 최대한 즐겁게 살자가 모토가 된다. 이쁘게 치장하고, 지루하면 연애하고 섹스하고, 연애하다 지루하면 먹고, 놀고, 치장하고 그것도 지루하면 다시 섹스하고,,,, 이게 로코코다.

 

며칠 전에 <불량공주 모모코>를 봤는데 거기서 모모코가 바로 로코코 시대를 동경한다. 이 영화야말로 로코코를 지대로 시니컬하게 표현했다. 그냥 꼴리는 대로 사는 모모코. 그리고 그것이 바로 온전한 삶이라는 것을 보여주고야 만다. 로코코의 모모코 화이팅. 근데 우연하게 <갈증>이라는 영화를 다음날 봤는데 이 감독이 바로 <불량공주 모모코>를 만든 자였다. 어쩐지 만화적인 장면, 빠른 전개 등이 비슷해서 감독을 찾아 봤더니 ... 하여튼 펄프적이라고 해야 하나, 일단 가볍다. 재미있기도 하고, 그리고 약간은 교훈도 넣으려는 듯 하고. 차라리 끝까지 교훈없이 가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악인은 끝까지 악인인 채로....

 

 

 

 

 

루벤스 그림 이야기하려다가 사설이 길어졌다. 오늘 <플랑드르 화가들>이라는 책을 읽다가 루벤스 그림 한점에 필이 확 꽂혔다. 이 그림이다. 마네가 그의 연인을 그린 <베르트 모리조>의 초상 못지 않게 좋았다.

 

 

<펠트모자를 쓴 수잔나 푸르망의 초상> 1625년

 

 

 

루벤스는 애를 셋이나 낳은 아내 이사벨라가 17년을 살다가 죽자 재혼을 한다. 그 때 루벤스 나이 53세이고, 신부는 열여섯살 헬레나 푸르망이었다. 날도둑놈이 따로 없다. 그 당시 루벤스는 유럽 최고 화가였으니 부와 명예가 하늘을 치솟았을 것이다. 루벤스 화실은 그림 공장이었다. 문하생들을 통해 그림을 엄청나게 그렸고, 루벤스 명성을 등에 업고 유럽 천지로 팔려 나갔다.

 

그림에 루벤스 붓질이 많을 수록 고가였다. 지금까지 루벤스 작품이라고 추정되는 그림만 해도 1600 점이고, 아직도 그의 화집 간행프로젝트가 진행중이며 총 29권 중에서 고작 11권째가 발간 되었을 뿐이다. 루벤스와 결혼한 푸르망 가문은 딸 부자집이었다. 딸 여덟에 아들 셋인 집안이었다. 루벤스는 위에 그림에 나오는 수잔나를 내심 욕심냈지만 결혼은 수잔나 동생 헬레나와 했단다.

 

헬레나 푸르망

 

루벤스 그림속 여인들은 모두 통통하다.반지를 낀 손가락을 보라. 그리고 가슴을 보라. 사는게 좋아 죽겠다는 모습? 안트베르펜의 부유한 상인의 딸이다. 그럼 루벤스가 그린 헬레나 푸르망을 보자.

 

 

 

그 당시 미의 기준은 오동통한 살집이었나 보다. 루벤스와 헬레나는 결혼해서 아들을 낳았다. 알콩달콩 살다가 루벤스는 10년만에 죽는다. 그 때 헬레나 나이는 겨우 26살. 루벤스가 죽고 33년을 더 산다. 아래 그림은 깨소금 내 나는 루벤스 가족들이다.

 

 

 

아래 그림이 루벤스의 유명한 <삼미신, The Three Graces> 이 중에 맨 왼쪽 여신이 루벤스의 아내 헬레나가 모델이다. 미인이기는 한데 세 여신 모두 살이 비어져 나온 모습을 보니 장난 아니다. 지금은 대꽂챙이처럼 마르고 늘씬한 여성들이 선망의 대상일지 모르겠지만 바로크 시대 플랑드르 지방에서 미인행세 하려면 일단 살이 비어져 나올 정도가 되어야 한다.

 

 

루벤스 최고 걸작 <삼미신>

 

 

 

마지막으로 가장 골때리는 작품 하나만 소개한다.

 

 

바로크 시대  에로틱 끝판왕 <시몬과 페로>

 

 

 

이 그림의 사연은 충격적이다.

 

늙은 남자는 시몬이고 젊은 여인은 시몬의 딸 페로이다. 시몬은 죄를 지어 아사형을 받아 감옥에 갇혔다. 판결대로나면 감옥에서 굶어죽을 운명이다. 시몬이 감옥에 갇혀 죽어갈 즈음 시몬의 딸 페로는 아이를 출산했다. 아버지를 면회간 페로는 굶어죽어가는 아비를 보자못해 자신의 젖을 아비에게 먹인다. 허겁지겁 딸의 젖을 빨아먹는 아비와 그것을 차마 보지못하고 외면하고 고개를 돌리고 만다

 

이런 내용을 가진 그림이 명화라고 칭송된다. <제우스는 죽었다>를 쓰신 박홍규 선생이 보고 평을 한다면 욕을 두 말 정도는 먹을 법한 내용이다. 서양문화의 근저에 깔린 퇴폐를 왜 우리는 아름다움으로 포장하고 칭송하는 걸까? 하여튼 우리는 살짝 골때리는 교육을 받았음에 틀림 없다. 부모를 살리기 위한 구완이 아니라 근친상간 냄새가 풀풀 풍기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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