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일기

두려움과 떨림 -- 아멜리 노통브

포카라 2022. 1. 1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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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브는 일본에서 태어났고 중국에서도 살았다. 아버지 직업 때문에 세계를 돌아다니며 성장했다. 이 때문에 중국, 일본을 배경으로 한 소설들이 있다. 작가로 데뷔 전에 일년간 일본에서 취업한 적이 있고, 그 때 경험을 <두려움과 떨림>으로 쓴 것이다. 이 소설은 노통브 데뷔작 쯤 되는 소설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후에 나오는 소설에 비해 격은 좀 떨어진다. 그렇다고 해도 노통브다!

 

타자를 인정하지 않는 서양철학


서양인들이 동양인들을 볼 때 반드시 논쟁의 대상이 되는 부분이 '오리엔탈리즘' 이다. 얼굴이 누렇게 뜬 애들이 자기네와 전혀 다른 사고를 하고 있다. 이 때 두 가지 반응이 나타난다. 이들 누렁이들을 개조시켜야 한다. 누렁이 해골에 들어있는 기존 토착 종교를 비우게 하고 서양종교를 심는 브레인 드레인을 실시하라! 서양 역사와 철학을 배우게 하자.

 

동양의 서양화! 타자의 자기 동일화다. 서양철학은 남이 나와 다른 것을 그냥 두고 보지 않는다. 반드시 나와 동일화 시켜야 직성이 풀린다. 나와 다른 종교를 믿으면 처죽여야 한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 플라톤에서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서양철학의 주류의 핵심 사상은 바로 그거다. 요즘 차이와 타자에 대한 철학이 부상하고 있다. 타자와 차이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이제야 서양철학의 반성이 시작되는 것이다. 스피노자 - 니체 - 들뢰즈로 이어지는 반주류 철학이 바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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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통브의 오리엔탈리즘

서양이 동양을 자신들의 세계관으로 동화시켜야 할 존재로 생각하는 사고방식과 또 다른 시선이 있다. 동양을 신비의 나라로 보는 경향이다. 파리의 인상주의자들이 일본 화풍에 매료되었던 부분을 생각하라. 고흐조차 일본 화풍에 심취했었다. 금은 보화가 무진장 쌓여 있고 양탄자가 날아다니는 곳. 하렘에서 시중드는 여자들이 우글거린다. 엥그르 작품 <오달리스크>를 보라. 관능과 퇘폐와 신비. 서양이 동양을 보는 또 하나의 시각이다. 이제 오리안텔리즘은 동양을 보는 서양의 관점으로 사용되는 단어가 되었다.

 

 

 

(오달리스크란 터키 궁전 밀실에서 왕의 관능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기하는 궁녀들을 지칭한다. 서양인들이 동양을 보는 시각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동양을 깨부수고 자기네 사상과 동일시하려는 제국주의적인 시각이든, 동양을 신비의 나라로 포장하든 둘다 동양을 잘못 본 것이다. 동양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인정해 줘야 한다. 왜 자기네 종교만 고등종교 이고 동양의 종교는 미개한 종교인가? 웃겨!

​노통브가 보는 일본 회사의 풍경은 그야말로 기절초풍이다. 물론 과장법이 없지 않지만 동양과 서양은 물과 기름 관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노통브를 좋아하지만 이 소설만큼은 썩 재미있지 않았다. 내가 누렁이라서 그런가? 물론 그가 던지는 단어의 성찬만으로 책 읽기는 족하고 남았다. 내가 서양에서 일 년 살고 글을 쓴다면 아마도 노통브 보다 더 독하게 서양을 염병할 곳으로 묘사할 자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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