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일기

<명화이야기> 바람의 신부 -- 코코슈카, 치명적 사랑

포카라 2022. 1. 14. 10:43
728x90

 

코코슈카와 알마의 사랑 이야기

 

 

 

오스카 코코슈카. 표현주의는 뭉크가 문을 열고 코코슈카가 진경을 보여주는 화풍이다. 그가 연모했던 연인은 유명한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미망인 알마 말러. 구스타프는 알마의 미모를 탐하는 남자들로 인해 생전에 의처증이 심했다. 알마는 말러가 질투할만큼 재능이 뛰어났고 거기에 아름다운 미모까지 겸비했으니 비엔나 남자들이 알마 앞에서 침을 질질거렸으니 말러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말러가 죽자 비엔나 남자들은 흥분에 휩싸인다. 알마 역시 남편의 속박에서 벗어나자 마자 자유를 만끽한다. 알마는 곧장 비인 사교계의 여왕벌로 등극하면서 남자들의 숱한 청혼을 받는다.

 

그 중에 코코슈카는 알마에게 치명적이고 지독하고 질긴 사랑이었다. 코코슈카는 이틀에 한번씩 연서를 썼다. 무려 400통. 코코슈카의 끈질긴 구애에서 알마는 전남편 말러의 의처증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는지 코코슈카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알마는 불타는 사랑보단 안정을 택해 건축가 그로피우스 품으로 안기면서 코코슈카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버린다.

 

 
 
코코슈카의 영원한 뮤즈였던 알마
 
 
 

 

 

알마에게 연서를 날리던 시절, 코코는 회화사에 영원히 남을 명작 「바람의 신부」 를 그린다. 알마는 상상 속에서 이미 코코의 신부였다. 격렬한 표현주의 붓터치로 그린 이 그림에서 두 사람의 파탄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알마는 코코의 품에서 잠들어 있지만 코코는 불안한듯 회오리 바람치는 허공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다. 잠들지 못하는 사랑. 곧 폭풍이 몰아치면 사랑이 끝날 것임을 예감한 걸까? 배경의 진한 푸른 색은 이별을 암시하듯 으스스 하다.

 

코코는 알마를 떠나 보내지 못하고 집착이 더욱 심해진다. 알마와 똑 같은 크기의 인형을 만들어 파리의 유명 디자이너에게 드레스를 맞춰 입히고 마차에 태워 산책하고 오페라 공연에도 대동한다. 물론 잠도 같이 잔다. 얼마나 솔직하고, 터무니 없으며 몸서리나는 사랑인가? 너무 격렬한 나머지 코코는 적포도주 병으로 인형 알마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이 때문에 주민이 코코가 머리 잘린 시체와 함께 있다고 신고하는 바람에 경찰이 출동 하기도 했다. 이보다 더 독한 사랑의 열병을 치른 남자가 있었는가?

 

그로부터 40년이 흘러 알마가 70세 쭈글탱이 할망구가 되었어도 코코의 불 같은 사랑은 식을줄 몰랐다. 다시 편지를 쓰는 코코의 글은 이렇게 서두를 장식한다.

 
'사랑하는 나의 알마! 당신은 아직도 나의 길들지 않은 야생동물이오'

 

알마에 대한 식지 않는 정염을 불태우면서 코코는 95 년을 산다. 사랑을 잃고 비탄에 잠겨 산 백년 세월이 코코에게 어떤 의미었을까? 쓰디 쓴 달콤함 이었을까? 비록 갖지 못했으나 한 평생 사랑하는 이를 생각하면서 살았던 코코가 반드시 불행했다고만 할 수 없으리라.

 

사랑은 정신의 사랑일 뿐이다. 육체의 사랑조차 정신의 사랑이다. 정신이 빠진 육체의 사랑은 무의미일 뿐이다. 정신에 흔적을 남기는 사랑만이 영원히 남는다. 코코는 불행했지만 행복했던 남자라고 나는 생각한다. 코코와 알마의 사랑은 <바람의 신부>를 남기면서 회화사에 불멸의 성좌에 오른다. 코코는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쉴레와 함께 벨 에포크를 이끌던 비엔나 3대 천재화가 였다.

 

나는 표현주의 화가들을 무척 좋아한다. 주관적 감정 표현. 거칠고 원색적인 붓터치, 내면에 대한 가식없는 묘사. 나는 코코슈카의 「바람의 신부」를 최고로 친다. 사랑의 불안과 격한 심적 동요를 이토록 치명적으로 묘사한 그림이 있을까? 당신의 사랑 빛깔은 어떤가? 기다림의 사랑인가, 격정의 사랑인가, 질 긴 사랑인가?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