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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족구왕 -- 족구하고 자빠졌네

포카라 2022. 1. 1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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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구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제대 후에 복학해서 기숙사에 들어가자 공시생 선배가 묻는다.

넌 꿈이 뭐냐?
아직 생각 안 해봤어요.

공무원 시험 준비해라.
공무원은 싫어요.

너 학점 얼마냐?
2.1 입니다.

토플점수는?
한번도 보지 않았어요.

그럼 넌 뭘 하고 싶은데?
(수줍게) 연애요.

여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남학생은?
족구하는 복학생

 

겨털 휘날리며 족구하다가 땀내 풀풀 풍기며 강의실 들어오는 늙다리 복학생을 좋아할 여학생이라면 그 여학생이 싸이코다!

 

 

 

수업시간에 눈에 불똥이 번쩍 띌만큼 이쁜 안나를 본 만섭은 안나에 접근한다. 못쇙기고 키작은 복학생이 언감생심 대학교 홍보모델 여신 안나를 넘본다. 우여곡절 끝에 안나와 영어 연극 파트너가 된다. 안나가 만섭에게 족구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자 만섭이 이렇게 말한다.

 

"남들이 싫어한다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숨기고 사는 것도 바보같다고 생각해요"

족구에 몰입하여 경지에 오르다보면 이렇게 멋진 멘트도 나올 수 있다?​
만섭의 말 한마디에 안나는 곧바로 족구 찬성론자로 돌변한다.

대부분의 삶이 그렇지 않을까?

부모가 싫어하고, 사회가 선을 정해 놓았고, 평균적인 삶에 낙오자가 되는 것이 두려워서 '나'가 아닌 타인의 눈치보다가 정작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지 못하고 사는 삶. 그리고 죽을 때가 되어서야 후회하며 한줄기 눈물 흘리며 꼴까닥하는 인생. 그럼 그 삶은 온전한 나의 삶이던가? 안나가 족구에 찬성하는 배경엔 그녀 역시 타인의 삶을 추종하며 살아오면서 느낀 후회의 감정이 자리해 있었기 때문이리라. 후회는 늦지만 결코 늦지 않는 법이다.

 

강민은 국가대표 축구선수였으나 국대에 탈락한 뒤에 학교 다니지만 실의에 빠져 지낸다. 스팩으로 보면 만섭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만섭에게 족구로 지고 난 뒤에 개쪽 탄다면서 두문불출하자

 

안나가 하는 말,,,

 

"만섭이를 봐. 만섭이가 아무리 병신 같아도 자기 하고싶은 건 다 하면서 살잖아!"

 

만섭이는 등록금이 없어서 쩔쩔매는 빈털털이지만 아르바이트 하면서도 웃는 낯이다. 벤츠 몰고다니고, 국대출신 스팩으로 신세 한탄만 하는 강민.

 

진부하지만 생각의 차이에서 오는 다름이다. 만섭은 가진 것은 쥐뿔도 없고 공부도 못하고 돈도 없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살고 싶다는 깨달음 하나만큼은 강력하다. 만섭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걸까? 대학생이라면 토플 점수와 공무원 시험공부, 학점에 목숨 거는 것이 보통인데 만섭은 도대체 뭐가 되려고 그러는 걸까?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는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현재를 살지 못하고 안절부절 한다. 만섭이 영화 <백 투 더 퓨처>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현재를 살지 못하고,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노심초사 하면서 사는 이 세상의 모든 쪼다들에게 보내는 쑥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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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말했다, "당신의 삶이 한번 더 되풀이 된다면?"

 

이런 가정을 하고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무의미한 일일 뿐이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자꾸 이런 가정을 하는 걸까? 그것은 당신과 나의 지상에서 삶이 되풀이 되지 않는 일회적인 사건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설마 당신은 내세를 믿는다? 종교 이야기 하면 항상 사단이 나는데 딱 한 가지만 지적하고 싶다.

 

내세론의 최대 해악은 현세에 대한 의식적, 무의식적 부정을 통해 현세를 낭비하게 만들고 하찮게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현세는 구질구질하고 힘들고 고통스러운데 행복한 내세가 저 언덕에 준비되어 있다.니 현세의 고달픈 삶에 집착하지 말고 내세에서 약속된 행복으로 위로 받을 수 있다! (물론 내세의 약속된 땅으로 가기 위해 열시미 연보 돈을 내고 시주를 해야 한다) 이런 생각이야말로 위험 천만하다. 죽으면 썩고, 그게 끝이다. 죽은 사람의 해골을 보고도 내세가 있다고 보는가?

당신이 죽어서 하늘 나라에 갔다고 치자 (종교는 얼마나 SF적인가?) 하느님이 당신의 지상에서 삶이 어땠는가 묻는다. 당신은 하느님 앞에서 후회 안할 자신이 있는가? 후회란 무엇인가? 만섭의 표현을 빌리자면 재미있게 살지 못했을 때 오는 감정이다. 당신이 하루를 즐겁게 지냈다면 당신은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다. 하루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좆같은 소리냐구?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는 한 계속 하루 하루가 먹고 살기 힘든 시간이 쭈우욱 이어지다가 결국 뒈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살고 싶은가? 아니면 후회하지 않고 당당하게 즐겁게 살고 싶은가? 만섭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인 돈이 많고,, 학점이 높고, 토플점수가 높아서 대기업 취직이 보장되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삶을 산다. 영화니깐 착각 말라고? 그런 생각이야말로 착각이다.

니체의 영원회귀 한 귀절만 가져오겠다. 당신의 현재의 삶이 영원히 되풀이 되어 당신 앞에 나타나더라도 당신은 당당히 받아들일 자신이 있는 삶을 살 수 있는가? 니체의 영원회귀는 현재에 대한 무한 긍정이다. 우리 앞에 어려움이나 고통이 오면 우리는 회피하고 싶어한다. 내 과거의 고통스러웠던 흔적을 지워버리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니체는 긍정하라고 한다. 고통이여 오라! 다 받아들이겠다. 그리고 고통을 넘어서겠다. 내세로 피하지 않고 현세에서 쇼부 보겠다! 그렇게 생을 긍정하고 나면 고통조차도 얼마든지 받아들이게 되고 삶이 즐겁게 된다. 고통을 피하려고 할수록 이 세상은 엿같은 곳이 되어 피하고 싶고, 우울해진다.

 

이제 당신은 당신 앞에 놓인 삶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 긍정할 것인가, 부정할 것인가? 만섭의 입장이 될 것인가? 강민이 처럼 세상을 바라볼 것인가?

 

 

 

미래가 한 몸집 한다.
자기 발도 보이지 않는데 족구를 하겠다고 나선다.
가당키나 하냐고?

당연히 가당하다.

어떤 일을 놓고 지레 겁을 먹거나 선입견을 갖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저 산이 높아서 나는 올라가지 못할 거야! , 라면서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도전하고 나서 내 한계를 아는 것과, 도전조차 않는 것은 하늘과 땅 간극보더 더 깊다.

미래에겐 누구보다 넓은 마빡이 있었고, 족구에서 해딩에 요긴한 천혜의 자원으로 둔갑된다. 찾아보면 누구에게나 장점은 있다. 찾지 않을 뿐!

고깃집 아줌마가 하는 말,,,

"너네 땐 즐기는 게 장땡이야, 실컷들 놀아, 이거뜨라. 벌벌 떨지 말고. 죽자 사자 일만 하다 죽어봐. 천국 가면 하나님이 옆에서 두눈 딱~ 치켜뜨고 쳐다보는데 섹스는 하겠어?"

 

 

<족구왕>은 편하게 볼 수 있는 코믹 장르다.
웃다보면 영화 끝난다.
고깃집 아줌마는 영화의 핵심을 이렇게 한줄로 요약한다.

 

"그냥 꼴리는대로 살아"

 

그런데 이게 참으로 어렵다. 분명 현재적 삶을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꼴리는 대로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당신의 자식이 '아빠, 나 오늘부터 내 꼴리는 대로 살겠어' 라고 말했을 경우, 당신은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영화대사로는 멋지지만 실제 삶의 현장에서는 과연? 그럼 꼴리는 대로 살지 않고 사회 주류가 가는대로 타협하면서 평균적인 삶을 쫒아가는 삶의 모습은 과연 바람직하던가? 지금 당신의 삶이 만족스러운가? 사는게 즐거운가?

 

미래처럼 뚱뚱해도 족구에 도전하겠다는 용기! 쥐뿔이 없으면서도 자기 좋아하는 것 하면서 남 눈치 안 보고 재미있게 살겠다는 만섭.

 

결론을 내리자

 

남의 눈치를 보면 볼 수록 당신의 삶은 졸라 재미 없어진다!

 

 

 

 

만섭은 대학생이지만 명함을 갖고 다닌다.
안나가 명함을 보고 빵 터진다.

왜 웃었을까?

사회 통념상 명함과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사람들은 평범한 사회 기준을 벗어나면 (비)웃거나 모지리 취급한다. 만섭의 명함은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것을 은유한다.

(명함이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기억해달라고 하면서 주는 수단이다, 이런 의미에서 홍만섭 명함을 받아드는 사람은 절대로 만섭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아마도 당신은 죽을 때까지 이런 명함을 파지 못할 것이다.)

 

대학 때 읽었던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탐험가 우에무라 나오미 책에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일본 어느 대학에서 산악반 하는 친구가 학교 공부는 등한시하고 온통 산에만 다녔단다. 그 친구는 산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그는 대기업 인사부장이 되면서 평균적인 사회통념에 따라서 공부했던 친구들보다 더 세속적 성공을 했단다. 산에 오르면서 그는 인생에 대해 깨우쳤기 때문은 아닐까?

어쩌면,,,,

족구를 잘하게 되면 벤츠를 탈 수도 있다!(벤츠 못 타면 어때?)

영화를 보면서 오랜만에 많이 웃었는데,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만섭이처럼 살지 못했기 때문에 만섭이 행동이 낯설어서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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