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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모세 여기를 봐 -- 첫사랑과 이별하는 법

포카라 2022. 1. 1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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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긋난다.

수줍은 많은 남학생 노보루와 활달하고 외향적인 여학생 모모세.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선배 커플 칸바야시와 미야자키. 두 쌍의 남녀가 어긋나게 던지는 사랑의 화살표가 영화를 끌고 간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사랑에는 사단이 발생한다. 내 맘 같지 않은 것이다.

노보루가 좋아하는 모모세는 잘 생긴 훈남 선배 미야자키를 향해 사랑의 큐피드를 날린다. 미야자키는 모모세를 내심 좋아하지만 돈 때문에 칸바야시를 선택한다. 칸바야시는 애초부터 미야자키를 좋아하니깐 연적 모모세를 따돌리는 일에 집중한다.

다시 정리하자면,,,

노보루와 모모세의 짝사랑과 미야자키의 두 여자 사이에서 갈등이 영화를 끌고 간다. 구도가 너무 단순한데 이 영화가 나름 흥행에 성공한 것은 순수한 첫사랑이 다가오는 시절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이다. <건축학 개론>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나의 소녀시대>와 비슷한 감성을 뿜어내는 영화다. 모모세 역으로 나온 하야미 아카리가 인상 깊었다.

 

좋아하는 선배에게 대쉬를 멈추지 않지만 돈 때문에 모모세와 이루어지지 않는다. 집에서는 동생들을 넷이나 거두는 가난한 집안의 당찬 큰 언니다. 씩씩하고 명랑하지만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는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에 나오는 나가사와 미사미가 고등학교 시절이었다면 모모세와 비슷한 모습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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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행복한 이유

더벅머리 노보루는 순진하고 내성적인 것이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에 나오는 남자애와 오버랩 된다. 공병문고를 쓰는 여주인공 역시 모모세와 겹친다. 요즘은 남자가 어리버리, 여자가 당차고 도발적이고 적극적? 수컷들의 시대는 갔다!

학창 시절 연애질하는 내용은 패스하고, 동물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동물이 사람보다 행복하다고 니체는 말했다. 동물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인간은 이성을 갖고 있어서 생각을 한다. 니체는 동물을 '순간의 말뚝에 묶여 있다'라고 표현했다. 동물은 과거도 미래도 생각하지 않는다. 오로지 현재만 생각한다. 동물들이 실제로 행복한지는 내가 동물이 되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동물들은 과거나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행동한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인간은 생각이 너무 많아!

이성을 가진 인간은 기억을 만들어낸다. 추억하는 동물이다.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한 측면이 있다. 인간의 행복을 방해하는 것은 과거의 기억만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기대로 머리를 채운다. 그런데 엄밀히 말해서 과거와 미래가 있던가? 오로지 현재만 있을 뿐이다. 행복을 누리는 데 있어서 '짐승만도 못한' 인간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근심과 걱정 때문에 현재를 맘껏 향유하지 못한다. 어리석고 어리석어라....

사랑의 상처 때문에 그 이후의 삶이 피폐해졌다면 이것은 이성의 부작용이다. 망각이야말로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최상의 선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잊고자 한다고 잊어지는 것은 아니라서 문제인데 잊는 것도 능력이다. 훈련을 통해 키울 수 있단다.

모모세와 노보루, 미야자키는 사랑의 아픔을 극복해 내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청춘영화는 과거를 회고한다. 얻는 것은 무지개색으로 개칠해진 추억의 조가비? 청춘이 아름답다는 말은 이만저만한 헛소리다. 돌아볼 때 지나온 청춘의 시간이 아름다울 뿐이다. 지금 젊은이들에게 물어보라.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이네들의 걱정은 어른들 걱정 못지않다. 청춘의 시절을 돌아보지 마라.

모모세가 선배 미야자키와 헤어지고 눈물을 흘리면서 걸어간다. 노보루가 모모세에게 돌아보라고 소리친다. 멈칫하는 모모세는 돌아보지 않고 이내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다......

모모세는 청춘의 시절과 단호하게 이별을 고하는 것이다. 그리고 15년이 흘러서,,, 노보루는 모모세와 우연히 길을 가다가 마주치지만 서로를 호명하지 않고 지나친다. 노보루 역시 청춘의 시절과 이별한 것이다.

지금 내 삶이 과거에 주박 되어 있다면 나는 현재를 온전하게 살 수 없다. 이별해야 한다. 모두 다 잊는다기보단 망각과 기억의 균형을 취해야 한다고 니체는 말한다. 지금 당신이 불행하다면 당신은 과거와 미래에 지나치게 얽매여 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가슴이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 있다.

 

모모세는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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