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영화 3

<영화> 그녀에게... 쿠쿠루 쿠쿠 팔로마

간밤내 비가 왔나 보다. 아침의 얼굴은 맑다. 집 앞에 키 큰 메타세콰이어가 노란 잎사귀들을 흩뿌려놔서 을씨년스러운 풍경이지만 나무들은 자신들의 몸의 일부를 버려야 할 때를 아는지 아무련 미련도 없는 듯하다. 여느 해 겨울 이맘때였을까? 혼자서 부석사를 찾은 적이 있다. 조사당 뒷편으로 가는 길에 산죽들이 바람결에 오소소하게 떨고 있었다. 작은 절집 앞마당에 아름드리 나무가 잎새 하나 없이 서 있었다. 그 나무는 멀리 보이는 소백산맥을 대면하고 시간의 흐름을 무념의 경지에서 침묵하는 듯했다. 아, 나무가지들이 그려놓은 기하학적 추상 같은 그림들. 아름다웠다. 어떤 그림보다도. 그 나뭇가지 위로 펄펄 눈이 나릴 것이다. 찬바람이 불고 새들도 오지 않는 고독의 밤이 찾아와서 몸서리날지라도 나무는 묵묵히 거기..

영화 보기 2022.01.19

<영화> 체리 향기 -- 키아로스타미의 존재의 이유

자살을 꿈꾸는 남자. 이란의 헐벗은 사막을 가로지르는 낡은 자동차. 자살한 뒤에 자신의 시체를 처리해 줄 사람을 찾아 가는 기이한 여행. 남자가 처음 만나는 사람은 군인이다. 군인은 남자의 말을 듣지도 않고 무조건 자살은 안 된다며 남자의 제의를 거부한다. 두 번째 남자는 신학을 공부하며 성직자를 꿈꾸는 젊은이. 그는 남자의 자살은 신에 대한 죄악이라며 자살을 한사코 만류한다. 어떠한 이유로도 자살은 정당화 될 수 없는 거라며 남자와 대화를 거부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자기만 어려움에 처해 있고, 고독하며, 외롭다고 느끼며, 타인의 고통엔 아랑곳 하지 않는다. 소통이 부재 하는 곳... 이기적일 수 밖에 없는 인간들…. 세 번째로 만나는 사람은 자연사 박물관에서 일하는 늙은이..

영화 보기 2022.01.19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오늘은 제가 있는 바닷마을에 시원한 바람이 볼어 옵니다. 오랫만에 더위가 많이 누그러졌습니다. 바람이 이렇게 고마울 줄이야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집 뒷쪽으로 몰려가 동산 위에 아카시아 나무잎새를 뒤집습니다. 불현듯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작품 가 생각났습니다. 오래 전에 본 영화이지만 언제까지나 제 가슴 속에 남아 있을 영화입니다.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는 복선이 깔리지도 않고 인물들의 성격도 그대로 드러나는 편이어서 단순하고 이해하기 쉽다. 그래서인지 그의 영화는 밋밋하고 때론 지루해서 짜증나기조차 한다. 의 경우 인간의 인내심을 시험하기 위해 만든 영화인가 싶을 정도로 사람을 열받게(?) 한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 할 즈음에 영화는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엔딩 자막을..

영화 보기 2022.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