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기

<영화> 소나티네 -- 빠르고 강렬한 폭력의 선율

포카라 2022. 1. 9. 08:09
728x90

 

 

 

기타노 다케시의 <하나비>를 보고 홀딱 반한 후에 <소나티네> <기쿠치로의 여름>을 극장에서 봤다. <하나비>는 삶은 불꽃놀이처럼 한순간 화려하게 피었다가 흔적도 없이 사그러지는 우리의 삶을 비유한 영화다. 사랑하는 아내와 파도가 밀려오는 해변에서 자살을 택하는 남편 역을 맡은 기타노의 과묵한 연기가 너무 좋았다.

 

<소나티네> 에서 아쿠자 두목(기타노 다케시)이 부하들을 데리고 오키나와 섬으로 잠시 피신을 간다. 거기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과 사랑과 죽음. 나는 <소나티네>의 한 장면을 영원히 잊지 못한다.

 

당신에게 진짜 총알이 날아온다면?

 

야쿠자 중간보스인 기타노 다케시가 그의 졸개 세명을 데리고 해변으로 간다. 밤하늘에 성긴 별들과 파도소리가 쏴아하고 몰려드는 여름밤에 기타노는 졸개들에게 장난으로 총싸움을 하자고 한다. 졸개 셋과 기타노가 밤의 해변가에서 서로에게 총을 겨누며 입으로 피융 피융 하고 총을 쏘는 시늉을 한다. 그러면 총을 맞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으윽 하고 쓰러진다. 그렇게 아이들 소꿉놀이처럼 총장난이 진행된다.

 

그런데 갑자기 타아앙~~~ 하고 실탄이 날라온다. 기타노가 진짜 총을 발사한 것이다. 졸개들은 기겁을 할 수 밖에. 장난으로 총싸움을 하는데 자신들의 마빡에 진짜 총알이 날라와 박힐 판이다. 까만 밤, 공기를 가르는 총소리는 이어진다. 갑자기 영화를 보는 나 조차 간담이 서늘해졌다. 장난이 너무 심하지 않은가?

 

나는 생각한다. 그게 바로 인생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인생에 어느 순간, 예고 없이 찾아드는 불행은 어디서 갑자기 날아들지 모르는 총알 같은 것이 아닐까? 그리고 순식간에 비극의 주인공이 되는게 인생이기도 하다.

 

 

 

 

불교적 허무주의

 

웃으면서 죽을 수 있다는 것을 단순히 일본 사무라이 정신까지 거슬러 올라가 '땅의 꽃은 벚꽃, 하늘의 꽃은 하나비, 남자는 무사'라는 말까지 연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에서 묻어나는 짙은 허무의 냄새는 일본인 특유의 생사관과 미의식의 반영이기도 하다.

 

그의 영화 <하나비-불꽃놀이>는 일본인들이 열광하는 불꽃놀이를 제목으로 하고 있다. 화려하게 밤 하늘을 수놓았다가 일시에 사라지는 '소멸의 과정'에서 궁극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미의식은 '찰나의 덧없는 삶'이라는 불교적 허무주의와 통하기도 한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