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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기행> 광화문 미진 -- 메밀국수 제일 잘하는 집

포카라 2022. 1. 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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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부터

전쟁의 화염이 조금 가실 무렵에 식당을 열어서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교보빌딩 뒷쪽에 있을 때부터 다녔으니 나 역시 단골이다. 얼마전 지인들이 양양에 왔을 때 범부리 가서 잘한다는 메밀국수를 먹었다. 맛집이라고 소문이 자자한 곳이지만 나는 이런 강원도식 메밀국수보단 미진에서 하는 국수가 더 좋다. 미진국수가 부드럽다.

 

 

집사람하고 둘이 갔다. 먼저 보쌈 소(15,000원)을 시켰다. 배추 속잎 두장, 상추 몇 장, 마늘은 없고 무말랭이에 된장과 새우젓갈. 한약재에 삶은 맛이 나는 보쌈 수육은 혀에 척척 감겼다. 메밀소바만 잘하는 집이 아니다.

 

 

 

날씨가 더워서 미진에 가면 2인분 소바를 먹겠다고 작심했지만 보쌈 몇 점 먹으니 그 생각이 사라졌다. 옆자리를 흘겨보니 한쪽은 메밀전병 + 소바, 한쪽은 낙지파전 + 소바 였다. 이집에서 메밀소바 1인분만 먹고 끝내면 아마도 위장에서 심술을 부릴 수 있다. 뭔가 하나는 시켜서 먹어야 양이 찬다. 날만 덥지 않았다면 소주 한잔 곁들이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진 않았다.

 

 

 

육수에 김가루 넣고 무 넣고 파 넣고 고추냉이 조금 넣고 기다리는 시간은 행복하다.

 

 

 

드뎌 메밀국수가 나왔고 언제 먹어도 시원하게 맛있다. 여름에 어떻게 미진을 건너 뛸 수 있단 말인가? 두 시에 가서 줄을 10면 섰지만 이 맛을 위해 나는 30분이라도 설 수 있다. 같은 건물에 별관이 있고, 맛도 같으니 별관을 택하면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광화문 미진은 휴일날 가면 지하주차장이 널널하다. 식사후 주차증에 도장 받아오면 된다. 압구정 미진도 운영하니 강남 사시는 분들은 굳이 광화문까지 오실 필요 없으실 듯.

교보 뒷쪽에 있을 때는 미진에서 메밀국수 먹고 교보에 들러 책구경하는 것이 코스였는데 피맛골 재개발 한다면서 무식하게 건물 올려버리는 통에 이젠 그런 호사는 없다. 어제 보니 같은 건물 내에 있었던 <청진옥>이 종로구청 옆으로 이전했다고 알림이 붙어 있었다. 눈이 내리면 청진옥 해장국 한 사발 먹으러 가야겠다. 청진옥은 흉칙한 르메이에르 빌딩과 어울리지 않는다. 재개발 전에 피맛골 부침개도 생각나고, 고등어 굽는 냄새도 그립고 그랬다. 배는 포만감을 알리고 있었지만 뭔가 잃어버린 것 같았다. 미슐랭 맛집이라는 딱지가 낫설다. 왜 우리 음식이 굳이 미슐랭 평점을 받고 서열지워져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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